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대표
커다란 섬을 따라 점점이 늘어진 작은 섬들, 그 사이사이로 비치는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펼쳐진 다도해의 모습은 아직도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후 발리, 하노이, 할롱베이 등 아시아 지역에서 아름답다는 곳을 여러 군데 가보았지만 1983년 통영에서 본 그때의 풍경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한국처럼 푸른 숲이 우거지고 시원한 계곡물이 항상 흐르며 아기자기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화된 풍경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또 없다. 최근에 들으니 당시 내가 즐겨 찾던 용화사와 미륵산 코스는 한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 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러한 한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둘러보면서 내가 가장 놀라는 것은 한국 안에 숨겨진 보물들에 비해 정작 이 보물의 주인인 한국 사람들은 무심한 듯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대리석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성이나 성당은 최고로 치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고려한 한국인의 유적은 볼품없는 이류 취급을 하며 여행 선호지에서 밀리는 것 같다. 관광자원의 무한한 가치와 발전가능성을 깨달은 정부가 한류열풍과 관광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인 스스로의 자부심은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은 산과 강,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자연의 축복을 받은 아름다운 나라다. 또 그 자연을 조화롭고 지혜롭게 지켜온 전통과 문화가 유적지에 고스란히 잘 담겨있다. 온갖 풍파를 겪고도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천년 고찰들이나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을 따라 투박하지만 선비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서원들은 어느 나라의 화려한 유적지보다 더 멋스럽다.
다른 유적지가 더 크고 화려한 목표들을 위해 경쟁하며 인간의 문명적 이기만을 내세울 때 한국의 문화재는 자연 속의 한 풍경이 되기 위한 선택을 하였다. 그리고 그 조화와 절제미를 갖춘 한국의 문화유산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철학을 담고 있다. 그 다름 속에서 나는 한국 문화재의 화려하지 않은 투박한 아름다움에 더 매력을 느낀다. 문화재 속에서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