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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40도 더위

입력 | 2012-08-03 03:00:00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은 어디일까. 최근 미국 몬태나대학 연구진이 7년간 기상위성 적외선 촬영 기록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는 이란 동부의 루트 사막이었다. 루트 사막은 2005년 섭씨 70.7도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 지역은 너무 뜨거워 박테리아조차 살 수 없다. 과학자들이 이곳에 생우유를 병에 담아 놓아두었지만 상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소금물 호수가 말라붙어 생긴 루트 사막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해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최근호는 루트 사막을 포함해 호주 퀸즐랜드, 리비아 아지지야(사하라 사막)와 가다메스, 미국 데스밸리, 중국 투루판(타클라마칸 사막), 튀니지 케빌리, 말리 팀북투, 이스라엘 티라트츠비, 수단 와디할파를 ‘10대 혹서 지역’으로 발표했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2’에서 맨손으로 암벽등반을 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말 그대로 ‘죽음의 골짜기’인 데스밸리다. 이런 곳에서는 수은주가 50도를 넘어가는 일이 흔하다.

▷기온과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더위는 차이가 있다. 태양은 작열하고 바람 한 점 없는 사막의 날씨도 습도가 낮아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고 한다. 포린폴리시는 10대 혹서 지역 가운데 루트 사막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상당수 인구가 거주하며 활발한 경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추위가 극심한 빙하지대에 사는 에스키모처럼 사막지대 주민들은 더위에 맞춰 큰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다. 날씨에 대한 인간의 강인한 적응력을 보여준다. 동남아시아에 가면 한국 관광객은 더위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헐떡거리는데 현지인들은 태평스러운 표정이다.

▷경북 경산이 7월 31일 40.6도를 기록하며 전국이 가마솥더위에 빠졌다. 40도라면 습식사우나 온도다. 인체는 외부 기온이 29도를 넘어설 때부터 땀을 분비해 체온을 조절하는데 외기(外氣)가 34도를 넘어서면 땀 분비만으로는 체온 상승을 막을 수 없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더위를 먹기 쉽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7명이 나왔다. 질병과 노환으로 인한 간접 사망자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폭염 사망자가 3000명을 기록한 1994년 여름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린이 노인 환자 등 사회적 약자를 더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