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에어컨 사망 잇달아… 수산물-가축 폐사도 속출11호 태풍 ‘하이쿠이’ 북상
“열대야 싫어”… 청계천 한밤까지 북적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3일. 열대야가 이어지자 서울 종로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3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5.4도까지 올랐다. 전북 전주 37.3도, 강원 홍천 36.9도 등을 기록했다.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기온이 올라가 서쪽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호남 지방을 더 달궜다. 백두대간 동쪽 기온이 더 높았던 예년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주말에도 서울, 경기, 강원 영서 등은 최고 36도까지 오르겠다. 폭염은 이달 중순께 다소 수그러들지만 더위는 9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폭염 피해 ‘눈덩이’
2일과 3일 강원 인제군과 전남 나주시에서는 에어컨이 켜진 자동차에서 잠자던 C 군(11)과 B 씨(60)가 숨졌다. 두 사람 모두 산소가 부족해 질식했거나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가축과 수산물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리에서는 갯벌 20ha에서 양식하던 바지락이 폐사했다. 충남 태안군에서는 조피볼락(우럭) 100만 마리가 폐사했다. 전국적으로 닭 14만500마리, 오리 7200마리, 돼지 81마리가 더위에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 태풍이 폭염 해결할까
폭염의 기세는 이날 발생한 제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중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미잘을 뜻함)’의 영향력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폭염이 닥쳤던 1994년 8월에도 태풍 ‘더그’가 큰 피해 없이 한반도에 비를 뿌리고 지나가 더위를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하이쿠이가 대형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큰 피해도 우려된다. 현재 태풍은 소형이지만 8일 오후에는 중심기압 955hPa에 최대풍속 초속 41m, 강풍 반경 550km의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8월 2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태풍 ‘루사’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중심기압은 970hPa, 최대풍속은 초속 39.7m였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부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