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金씨 구속수감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병실에서 숨진 뒤 한강공원에 버려진 30세 미혼여성은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한다. 시신을 버리고 달아났던 40대 의사는 경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때마다 말을 바꾸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5일째가 됐지만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 의혹 1: 강제 성관계 있었을까?
지난달 31일 이모 씨(30·여)의 시신을 버린 혐의로 3일 구속 수감된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 씨(45)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면유도제 투약 후에도 15분가량은 이 씨의 의식이 있었고 신체 접촉도 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성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다. “수면유도제를 투약하고 2시간 이후 돌아와 보니 이 씨가 숨져 있었다”던 처음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확보한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경 병원에 도착해 김 씨의 진료실에서 김 씨와 시간을 보냈다. 이어 31일 0시 1분 이 씨가 진료실에서 나와 병실로 걸어 들어갔고 김 씨도 바로 뒤따라 들어갔다. 김 씨가 병실에서 나온 것은 오전 2시 42분이었다. 김 씨는 “이 씨에게 수면제를 투약한 뒤 간병인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이 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이 역시 당초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이 씨의 죽음을 확인한 뒤 병실에서 나온 김 씨는 휠체어를 갖고 다시 들어가 시신을 병실 밖으로 옮겼다. 이 씨가 이날 밤 병원에 온 것은 김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영양제 맞을래?’라는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 의혹 2: 왜 아내까지 끌어들였을까?
7월 31일 오전 4시 40분경 한강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 들어서는 아우디 승용차. 서초경찰서 제공
▶ [채널A 영상] ‘환자 시신 유기’ 산부인과 의사 부인도 도왔다?
○ 의혹 3: 진짜 사인은?
김 씨는 자수 직후엔 경찰에 이 씨와의 관계에 대해 “1년 전 수술을 계기로 알게 돼 다른 사람들과 저녁을 같이 먹을 정도로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이 씨와 석 달에 한 번씩 만나 영양제 주사를 놓아주기도 했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시인했다.
김 씨는 수면유도제 앰풀 1개(5mg)를 투약했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그 정도로는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외관상 상해나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 씨 죽음의 진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식에 달렸다.
피의자 김 씨는 명문 S대 의대를 졸업하고 S대 병원에서 인턴을 마쳤다. S대 의대 외래교수도 지냈다. 김 씨로부터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K 씨는 “시골 사람처럼 순박하고 다정다감한 의사여서 산모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일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사거리에 있는 H산부인과는 강남 일대 M산부인과, C산부인과와 함께 ‘빅3 산부인과’로 꼽힌다. 강남의 부유층과 연예인이 주로 찾는 고급 병원이다. 실제로 2일 H산부인과를 찾아가 보니 주차장에는 외제차가 즐비했다.
피해자 이 씨의 주변 사람들은 “이 씨는 미모가 뛰어나고, 항상 잘 웃고 활발해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