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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방형남]‘인권 후진국’에 쩔쩔매는 한국외교

입력 | 2012-08-04 03:00:00


방형남 논설위원

중국이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를 전기고문하고 의자에 묶어 잠을 재우지 않은 사건은 불법어로를 단속하는 한국 해경을 살상한 중국 선원들이 한국에서 조사받는 방식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중국은 인권 보호라는 기본적인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올림픽에서 메달만 많이 딴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권의식은 차치하더라도 중국 관리들에게 한국 정부와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었더라면 김 씨를 고문하는 짓은 차마 못했을 것이다.

中, 선원 조사하는 방식 배우라

지난해 12월 12일 이청호 해경 경사를 살해한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는 사흘 뒤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큰 죄를 진 데다 따뜻하게 인도적 대우를 해준 한국 해경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범행을 자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청도 남서방 85km 지점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단속에 나선 이 경사를 길이 25cm 칼로 찔러 살해했다.

중국 선원의 해경 살해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지만 인천해양경찰서는 살인 피의자 청과 불법조업에 가담한 중국인 선원 8명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했다. 해경은 중국인들을 열흘간 수사하면서 세 차례나 영사 접견을 허용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원하는 대로 시간과 장소, 방식을 정하도록 했다. 중국영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선원들에게 혐의 내용, 건강 상태, 해경의 처우 등을 확인했다.

해경은 중국인들에게 직원들이 먹는 양질의 관식(官食)을 제공했다. 중국인들은 단 한 차례도 밥을 남기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해경이 나눠준 새 트레이닝복을 입고 바닥 난방이 되는 유치장에서 따뜻하게 지냈다. 야간에는 조사를 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보장했다.

해경이 청다웨이에게만 특별대우를 한 것은 아니다. 해경은 불법조업 중국 어부를 체포하는 순간부터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고 인도적으로 대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해경 함정에 태워 육지로 압송할 때는 간식으로 라면까지 준다.

청다웨이는 살인혐의로 1심에서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공안은 김 씨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큰 잘못이 없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살인 피의자에게도 즉각 자국 영사를 만나도록 조치했는데 중국은 김 씨에게 마지못해, 그것도 구금한 지 28일이 지나서야 형식적인 면담을 허용했다. 지난해 인천해경 수사과장으로 청다웨이 조사를 지휘한 안성식 해양경찰청 수사계장은 “국내 피의자가 역차별이라 생각할 정도로 중국인 피의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도적으로 대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신들이 거론한 ‘문명적 법집행’을 한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이 하고 있는지 이제라도 깨닫기 바란다.

인권유린엔 외교적 고려 필요 없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 외교적 영토적으로 밀접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사달이 벌어지기 쉽다. 올 들어서도 중국은 역사 왜곡, 탈북자 강제 북송, 이어도 관할권 주장 등으로 우리의 신경을 건드렸다. 정부 스스로, 또는 여론과 언론의 압력에 밀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만 외교적으로 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국이 만리장성 길이를 느닷없이 3배로 늘이는 역사 왜곡을 해도 고구려와 발해 영토가 중국 땅이라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정부로서는 간간이 탈북자의 한국행을 허용하는 중국의 배려를 무시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김 씨 고문사건은 다르다. 외교적 고려가 필요 없는 명백한 인권 유린이다. 중국의 무자비한 고문에 우리 국민이 당했는데도 잘못을 추궁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달리 무슨 기대를 할 수 있는가. 외교통상부는 고문사건을 계기로 대중(對中) 외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중국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끌어내야 한국 외교가 당당해진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