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혁 男양궁 개인전 첫 金…기보배와 2년 교제
주인공은 3일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 사상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딴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31·현대제철)과 이번 대회 2관왕(개인전, 단체전)에 오른 여자 대표팀의 막내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다. 한국 양궁에는 ‘신궁(神弓) 커플’이 꽤 많은 편이지만 올림픽 개인전에서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양궁계에서는 이미 공인된 커플이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물론이고 정의선 협회장(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이들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외부로 드러내지 않았다. 오진혁은 “보배와 결혼을 전제로 지난해 초부터 진지하게 만났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는 큰 목표를 이룬 뒤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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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계기는 그해 8월 15일 오진혁의 생일이었다. 때마침 일요일이라 다른 선수들은 모두 외박을 나갔고 오진혁만 태릉선수촌을 지키고 있었다. 오진혁이 안쓰러웠던 기보배는 이날 경기 안산의 집에 갔다가 태릉선수촌으로 돌아오면서 케이크를 하나 사 왔다. 이날 이후 기보배는 오진혁에게 ‘후배’가 아닌 ‘여자’가 됐다. 오진혁은 “평소 단 음식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보배가 사온 블루베리 케이크는 생애 최고의 맛이었다. 룸메이트인 (임)동현이와 함께 남김없이 다 먹어버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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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비바람 이겨내고… 큐피드의 화살이 서로의 가슴에 명중했을까. 런던 올림픽 양궁 남녀 개인전에서 동반 금메달을 딴 ‘황금 커플’ 오진혁(왼쪽)과 기보배. 이들은 대표팀 선후배에서 결혼을 약속한 연인 사이로 발전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4월 비가 내리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다 과녁을 확인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진혁과 기보배.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하지만 둘은 달랐다. “연애하느라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활시위를 당겼다. 당연히 성적이 좋아졌다. 서로를 의지하면서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대표선발전도 함께 1위로 통과했고 두 선수 모두 에이스 자리인 3번 사수를 꿰찼다. 협회 관계자는 “둘이 연인이 된 뒤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힘들 때마다 서로 이끌어주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갔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건 기보배와 만나기 시작한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요즘엔 그렇게 좋아하던 콜라도 잘 마시지 않는다. 이 역시 ‘보배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둘은 이미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고 종종 왕래도 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정식 상견례도 가질 예정이다. 오진혁은 “정식으로 청혼한 것은 아니지만 보배와 결혼 얘기는 서로 했다. 늦어도 내년에는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영희 스포츠동아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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