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모모야준텐칸(桃谷順天館)의 백색미안수 광고(동아일보 1927년 4월 20일)는 “곳 아름다운 얼골(얼굴)이 되는 백색미안수(白色美顔水)”를 쓰라고 한다. 한복을 차려입은 한국 여성과 기모노 차림의 일본 여성이 갸우뚱하게 쳐다보고 있다. 요즘 광고에서처럼 여인의 모습을 컬러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단아하게 화장한 느낌을 전달하고도 남는다. 광고를 보면 여인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카피라이터의 논리적인 글 솜씨와 디자이너의 섬세한 드로잉 솜씨가 만나 명작 광고를 빚어냈다.
보디카피에서는 백색미안수에 납 성분이 없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곧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는 것, 도쿄와 오사카의 상류층 부인들도 안심하고 쓴다는 것, 옛날 분에 연독(鉛毒·납 성분의 독)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는 것, 일본 내무성 위생시험소에서 백색미안수는 무연(無鉛)임을 증명했다는 것, 보디카피에서 무연 화장품이라는 점을 세 번씩이나 강조했던 데에서 납 성분 함유 여부가 1920년대 후반기 화장품업계의 뜨거운 쟁점이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