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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노후 준비 자산 리모델링 A to Z]80세 무일푼 안 되려면 집부터 줄이세요

입력 | 2012-08-06 03:00:00

<1> 권도엽 장관-김석동 위원장




《은퇴 준비의 기준이 되는 ‘최빈 사망 연령’(한 해 사망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나이)은 지난해 86세였고 2020년에는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령이 길어지는 추세로 보면 베이비부머들은 100세 이전보다 이후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본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한 결과 베이비부머들은 100세 이후를 맞을 재무적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00세 시대를 좀 더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자산 리모델링’ 노하우를 자문단(명단 참조)의 도움을 받아 시리즈로 연재한다. 첫 회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재산공개 내용을 토대로 실제 리모델링 권고안을 만들어 봤다. 》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환갑이 지난 뒤 별도의 수입 없이 희망소비액을 쓴다면 권 장관은 91.1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96.8세면 모든 자산이 바닥이 날 것으로 분석됐다. 두 사람의 은퇴 후 소비수준은 금융회사들이 컨설팅 경험 등을 통해 내부 기준으로 삼는 ‘은퇴 직전 소득의 70%’를 적용했다.

이들은 또 사는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유지한다면 80대 초반이면 은퇴자금이 바닥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자문위원들은 “두 사람 모두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높은 베이비부머의 특성을 띠고 있다”라며 “자산 리모델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주택 다운사이징부터 시작해라

권 장관은 현재 시가 6억5000만 원 상당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빌라(161m²·전용면적 기준)에 살고 있다. 주택이 전체 자산의 79.61%를 차지하며, 토지까지 포함하면 80.8%에 이른다. 김 위원장 역시 시가 6억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택(142m²)이 전체 자산의 50.9%이다. 여기에 내년 9월 입주할 서초구 우면동 보금자리주택(134m²) 분양권까지 포함하면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67.9%나 된다.

자문위원들은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주택 크기도 은퇴 후 부부가 거주하기엔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주택 규모를 줄여 노후생활에 필요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라고 충고했다.

권 장관이 지금 당장 빌라를 처분하고 거주지역 인근에서 5억 원 상당의 85m² 아파트를 구한다면 1억5000만 원의 차액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권 장관이 갖고 있는 예금 및 펀드자산(1억4400만 원)을 더하면 3억 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 9월 서초동의 주택을 처분한 자금과 예금 등으로 우면동 보금자리주택 입주에 필요한 중도금과 잔금을 낸다면 1억7000만 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보금자리주택(분양가 9억8500만 원)에 살다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발생하는 2년 뒤에 현재 시세가 7억3500만 원 수준인 과천이나 판교의 85m² 아파트로 옮겨간다면 2억5000만 원가량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 위원장이 확보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4억2000여만 원이다.

○ 은퇴 후 ‘월급’을 만들어라

자문위원들은 이런 여유자금을 매월 수입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이창성 삼성생명 생애설계센터장은 “권 장관이나 김 위원장은 모두 매월 경조사비로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할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월 연금 수령액이 300만 원이 넘지만 추가로 매월 일정 규모의 현금 수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때 추천 상품은 ‘즉시연금’이다. 한꺼번에 목돈을 넣어두면 연리 4% 수준의 이자를 월급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다. 이 센터장은 “두 사람 모두 노후자금의 30% 이상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투자위험을 줄이면서도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대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재산배분형 펀드도 꾸준한 수입을 기대할 때 추천할 만한 상품이다. 부동산 투자를 선호한다면 매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이 투자 검토 대상이다.

이경민 대우증권 GM(그랜드마스터)은 “절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을 떠나면 은퇴자금이 4억 원가량 생기는 김 위원장에게는 절세 효과가 있는 물가연동채권이 추천 상품”이라고 말했다.

○ 경제활동 기간을 연장해라

이런 수준의 자산 리모델링을 거쳤을 때 권 장관의 경제수명은 94.6세로, 김 위원장은 102.3세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살고 있는 집까지 완전히 처분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한편 두 사람이 주택을 계속 보유하면서 배우자를 위해 조금의 여윳돈이라도 남기려면 경제활동을 좀 더 지속하는 게 낫다. 은퇴 이후 3년 정도 현재 소득의 절반가량(5000만 원)을 추가로 벌어들인다면 권 장관의 경제수명은 94.6세에서 99.4세로, 김 위원장의 경제수명은 102.3세에서 105.6세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라면 경제활동을 연장하는 게 가장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100세 준비지수 ::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은퇴 후 월 희망소비액 대비 현재 자산으로 준비할 수 있는 월평균 소득의 비율.

:: 경제수명 ::

은퇴준비자산을 가지고 희망 은퇴소비금액을 사용했을 때 집을 포함한 준비자산을 모두 사용하는 시점.

▽자산리모델링 자문위원

△이창성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생애설계센터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 컨설팅부 연구위원 △이경민 대우증권 PB 갤러리아 GM(그랜드마스터)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