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자 범죄전과 모르고 결혼하는 이주여성들
국제결혼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남편의 전과 사실을 모른 채 결혼했다가 뒤늦게 고통 받는 이주 여성이 적지 않다.
통영 사건 피의자 김점덕은 2005년 개울가에서 이웃 동네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돌로 내리쳐 다치게 한 혐의로 4년간 복역하고 2009년 5월 출소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뒤 성범죄 전과를 숨긴 채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중매로 베트남 출신 A 씨와 결혼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국제결혼으로 결혼 이주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1990년대부터다. 2000년대 중반에는 농촌 총각의 40% 이상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정도로 국제결혼이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0년 5월에야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중개업자는 범죄경력조회서를 받아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옥분 대구이주여성인권상담소장은 3일 “2011년 이전까지는 해당 남성이 정신적·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얼마든지 국제결혼을 할 수 있었다”며 “주변에서는 그 남편의 전과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쉬쉬하기 때문에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하나둘씩 그런 사례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결혼 이주 여성 상담소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에도 범죄경력조회서 제공이 사실상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며 “국제결혼중개업체에서 서류를 허위로 조작해 전달했더라도 사실상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올 2월 관련법에 ‘해당 국가의 언어로 번역해 해당 국가 공증인의 인증을 받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 규정은 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 다른 국제결혼중개업체는 “일단 임신을 시킨 뒤 결혼 절차를 밟는 것도 쉽게 국제결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대사관에서도 아내가 임신했을 경우에는 남편이 성범죄나 전과가 있더라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비자를 발급해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혼 이주 예정 여성이 남편의 범죄 경력 등을 제대로 인지했는지에 대해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빠져 있다는 점도 개정 법률의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시 가입자에게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계약 사항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사실을 녹음하거나 본인의 사인을 받는 것과 같은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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