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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호국보훈의 불꽃

입력 | 2012-08-07 03:00:00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아래엔 ‘추모의 불꽃(La Flamme du Souvenir)’이라는 이름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이 불꽃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타오르며 무명용사의 묘를 지킨다. 1차 대전을 비롯해 프랑스가 치른 전쟁에서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애국심을 본받자는 뜻이 담긴 기념물이다. 영원히 평화와 자유를 지키자는 의미도 들어있다. 1923년 언론인 가브리엘 보아시가 제안해 만들어졌다. ‘추모의 불꽃’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여러 나라에 추모 불꽃 기념물이 있다. 캐나다는 1967년 영국연방 결성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의사당 앞 광장에 ‘100주년 불꽃’을 만들었다. 미국 안에서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케네디 영원의 불꽃’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꺼지지 않는 불꽃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특임장관 시절인 2010년 12월 트위터를 통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기리고 자유 평화를 지키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8월 나라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조형물을 국립서울현충원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름은 잠정적으로 ‘호국보훈의 불꽃’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국회 정무위원회가 장소를 문제 삼으며 예산을 대폭 삭감해 건립계획이 연기됐다. 보훈처는 올 5월 10만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와 설문조사를 거쳐 건립 장소를 광화문광장으로 바꿨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안보와 애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덕에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불꽃의 이름, 디자인, 점화식 행사도 많은 국민이 동참해 선택하도록 하는 국민참여형으로 진행된다. 보훈처는 서울시에 건립 승인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서울시가 실무협의 과정에서 ‘광화문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 걱정이 많다. 한번 만들면 영원히 타오를 불꽃이니 보훈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적의 장소에 호국보훈의 상징물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도 열린 마음으로 힘을 보태기 바란다. 이념과 정쟁(政爭) 탓에 호국보훈 불꽃 사업을 표류시킨다면 선열들에게 죄 짓는 일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