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 떨어질 락 花: 꽃 화 時: 때 시 節: 마디 절
두보가 현종의 총애를 받던 명가수 이구년을 자주 본 것은 둘 다 젊은 시절이었다. 두보 역시 당시 왕족에게 시재(詩才)를 인정받아 권세가의 집을 드나들면서 바로 그 좋은 시절에 이구년의 노래를 감상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두 사람이 시간이 한참 지나 강남에서 우연히 상봉하게 되었다. ‘낙화시절’은 옛날에 대한 추억과 현재 자신의 암담한 처지가 대비되는 시어로, 유명했던 노가수와 노시인이 시대와 사회를 등지고 강남에서 다시 만난 비참한 현실을 각인시킨다. 3구의 ‘정시(正是)’와 4구의 ‘우(又)’라는 두 단어는 이 시 전체에 무한한 감개를 깃들게 만든다.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둘 다 떠돌이의 처지에서 만나 느끼는 바로 그 감정 말이다. 두 사람의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이 전반 두 구라면 두 사람이 처한 쇠락의 징표는 바로 후반 두 구절이다. 떠도는 나그네의 모습이 ‘낙화시절’인데, ‘호풍경(好風景)’이란 표현과 대비된다.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낙화시절’이 기본적으로는 이구년과 상봉한 때이지만 이구년과 시인 자신의 모습, 현 시점의 당 제국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 ‘우봉(又逢)’이란 말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어느 정도 표현하고 있기는 하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