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6일 월요일. 지나치게 맑음. 북극과 남극의 밤들. 트랙 #21 Shadow Gallery ‘Alaska’(1995년)
3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자음악 축제 ‘UMF코리아’. DJ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객석의 춤사위가 열대야의 기승을 더욱더 부추겼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요즘 왜 이러나. 열흘째 열대야다. 얼마 전 태국 휴양지에 다녀온 대중음악평론가 I마저 “한국이 더 덥다”고 증언한 걸 보면 열대야가 아니라 그냥 열대의 도래다. 오늘밤도 수은주는 숫자 ‘40’이 끌어당기는 인력 앞에 기진맥진할 것이다. 이런 밤이면 북극의 밤을 떠올려본다.
지난겨울 방문했던 노르웨이의 트롬쇠는 스웨덴 뱀파이어 영화 ‘렛 미 인’에 나올 법한 인상의, 차갑고 하얀 북극권 안쪽 도시였다. ‘북쪽의 빛(Northern Lights)’이라 불리는 오로라는 그날 밤 도시의 하늘을 갈랐다. 검고 깊은 밤의 용액 위로 녹색, 빨강, 분홍, 보라색 수채화 물감이 떨어졌다. 그 빛은 맥없이 풀려 섞이다 맹렬하게 하나가 돼 불타오르곤 했다. 전자 활(e-bow)로 연주되는 기타 소리처럼 하늘 위로 안개 같은 음표 무더기가 쏟아졌다.
미국의 트랜스시베리안 오케스트라는 ‘크리스마스 록’ 장르의 개척자다. 1990년대 중반부터 몇 년에 한 번씩 가을에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다락방’ ‘잃어버린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앨범을 내 크게 히트했다.
섀도 갤러리의 ‘알래스카’는 귓전에 겨울 공기를 불러오는 곡이다. 신시사이저와 통기타, 플루트의 투명한 연주를 배경으로 ‘고향의 꿈을 꿔/알래스카의 꿈을’이라는 후렴구가 등장할 때면 왠지 전생엔 나도 에스키모였다고 생각해본다. 이만하면 어떤가. 여전히 수은주가 안 내려간다고? 팥빙수를 시켜 놓고 다시 들어보자.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