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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시스터… 누나를 지켜내면 엄마가 나타날까

입력 | 2012-08-07 03:00:00


봉준호 감독의 ‘마더’처럼 모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 ‘시스터’. 프리비전 제공

모성은 너무 당연한 긍정의 명제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때론 가슴 시리게 따뜻한….

하지만 알프스 자락의 스키 리조트에서 관광객 물건을 훔쳐 살아가는 12세 소년 시몽(케이시 모텟 클레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도둑질로 빵과 휴지, 우유를 산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시몽은 나이에 비해 한참 어른스럽다. 자기보다도 어린 아이들을 조수로 고용하고, 수완 좋게 훔친 물건을 장터에서 판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단단한 시몽. 그에게 유일한 약점은 바로 누나다. 엄마의 자리가 항상 ‘빈칸’인 시몽은 훔친 물건을 팔아 과년한 누나 루이(레아 세이두)를 부양한다.

엄마의 부재를 누나로 채우는 시몽에게 누나는 보호자이자 피보호자다. 동생이 도둑질한 돈으로 술 마시고 남자들과 어울리는 누나는 청바지를 사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거금을 줄 테니 안아 달라”고 떼를 쓰는 동생에게 냉정하기만 하다.

영화는 어른스럽지만 유독 누나에게 집착하는 소년과 동생에게는 얼음장인 누나의 관계를 100분간 담아냈다. 도대체 둘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중반부를 넘어서면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기다린다.

‘꼬마’ 클레인의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눈빛 연기가 볼만하다. 카메라는 소년의 눈빛을 고요하게 응시한다. 도둑질하는 불안한 눈빛, 아이와 함께하는 다른 엄마를 보는 부러움과 질투 섞인 눈빛, 누나를 응시하는 간절함….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냉혈한 킬러로 나왔던 세이두의 느낌도 강렬하다.

이번이 두 번째 장편 연출인 스위스 출신 위르쉴라 메이에 감독의 치밀한 심리묘사가 꽤나 흡인력 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다. 9일 개봉. 12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