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재산은닉 인정에도 中 검찰 9일 재판서 제외 당 지도부와 물밑조율한 듯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검찰 조사에서 영국인 닐 헤이우드 살해는 물론이고 ‘경제 범죄’ 혐의도 인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경제범죄는 보 전 서기의 뇌물수수 및 재산 해외은닉 등을 말한다. 검찰이 구카이라이를 살인 혐의로만 기소한 것은 보 전 서기를 이번 사건에서 제외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카이라이 신문에 참여한 한 검사는 “경제범죄에 대해서도 자백했으며 조사과정에서 품위 있게 응했으며 잘 기억나지 않는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관들이 쓰고 싶은 대로 조서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카이라이를 헤이우드 독살 혐의로만 기소했으며 9일 안후이(安徽) 성 허베이(合肥)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관련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구카이라이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 조사에 협조한 것도 보시라이 측과 지도부 간 모종의 협상이 있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시라이는 형사 기소가 아닌 당 기율위원회의 처분만 받고 구카이라이도 극형을 면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검찰이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확보한 증거물은 헤이우드의 심장 일부인데 이것만으로는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증거물은 작년 11월 헤이우드 시신을 부검하지 않고 급하게 화장할 때 왕리쥔(王立軍) 당시 충칭 공안국장이 보시라이 측을 압박하기 위해 미리 떼어 놓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구카이라이가 보시라이 대신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방향으로 사건이 종결되고 있어 구카이라이가 ‘희대의 악녀’가 아니라 권력투쟁의 희생물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