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희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의 공천헌금 전달 의혹 날짜인 올 3월 15일, 돈 전달자로 알려진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이 서울에서 현기환 전 의원을 만나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가 조 씨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7일 조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4일 첫 검찰 조사에서 그는 단순 참고인이었다. 검찰이 ‘배달 사고’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조 씨, 현 전 의원 안 만나고 서울에서 부산행
검찰 수사 결과 조 씨는 3월 15일 오전 서울에 갔다가 당일 저녁 사건 제보자인 정동근 씨(36)를 만난 뒤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검찰은 조 씨가 오후 늦게 부산으로 내려온 정황을 확보했다. 그동안 조 씨는 동아일보에 “당일 서울 강남에 있었다”고 했다. 다른 언론에는 “그날 부산 롯데호텔에서 건설사 부장을 만나고 있었다”며 ‘서울역 근처에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정 씨는 3월 15일 현 의원에게 받은 은색 쇼핑백을 들고 오후 4시 서울행 기차를 탄 뒤 서울역에서 조 씨를 만났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정 씨는 “현 전 의원과 조 씨가 만나기로 했다던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조 씨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한 뒤 나를 돌려보냈다”는 주장도 했다.
○ 현 의원-조 씨 말 맞춘 정황 수사
3월 15일 행적에 대해 현 의원과 조 씨는 “우리는 전혀 관계가 없다. 돈 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과정에서 두 사람은 모두 “활동비 명목으로 500만 원은 주고받았다”며 말을 바꿨다. ‘사전 말맞추기’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조 씨는 “3월 15일 나는 정 씨를 만난 적도 없고 서울역 근처에 간 적도 없다. 돈 거래는 더더욱 없다. 나는 현 의원의 측근이 아니다. 현 의원이 내게 돈을 건넬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조 씨는 3, 4일 진행된 첫 검찰 조사에서는 “정 씨를 만났다. 하지만 3억 원이 아니라 활동비로 5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발 물러섰다.
현 의원은 6일 검찰 조사에서 “조 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발표 며칠 전에 ‘힘을 쓸 테니 활동비를 달라’고 했다. 정 씨 집이 서울 근처(경기 용인시)여서 3억 원이 아닌 500만 원을 노란봉투에 넣은 뒤 다시 쇼핑백에 넣어 건넸다”며 조 씨와 비슷하게 진술했다. 현 의원은 또 “조 씨가 당일 서울에서 500만 원 가운데 50만 원을 정 씨에게 주면서 ‘집이 근처인데 (이 돈을 받고) 오늘 밤에 갔다가 내일 부산으로 내려가라’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