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전력 ‘주의’ 경보… 32평 아파트 주부 ‘24시간 냉방 일기’
이 씨는 이날 새벽 3시 런던 올림픽 남자탁구 단체 준결승전을 보기 위해 일어나 에어컨부터 켰다. 열대야로 새벽에도 바깥기온이 27도가 넘는 데다 집 안에는 하루 내 달궈진 열기가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탁구에 이어 한순철 선수의 남자복싱 8강 경기까지 연달아 시청했다.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신 터라 몸이 더워져 오전 5시경 에어컨을 켠 채 잠에 들었다.
남편이 이날 오전 3시부터 7시까지 에어컨을 가동해 소요된 전력량은 6kW. 김 씨 가족이 올해 1∼7월까지 하루 평균 사용한 전력량은 9kW다. 4시간 동안 하루치 전력의 3분의 2를 쓴 것이다.
가정주부인 김 씨는 회사원인 남편, 고교생 아들과 함께 105.6m²(약 32평) 아파트에 산다. 거실에 스탠드형 에어컨과 선풍기가 각각 1대씩, 안방에 선풍기 1대가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6일과 7일에 걸쳐 김 씨 가족이 24시간 동안 소비한 전력량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전기사용량이 다른 계절의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년 여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6일 전국의 시간당 최대전력수요가 7429만 k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정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력 수급 ‘주의’ 경보가 내려졌다. 전력거래소는 7일 오전 11시 20분 예비전력이 정상 범위인 400만 kW 밑으로 떨어져 330만 kW까지 내려가자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오후 2시 15분에 예비전력이 261만 kW까지 떨어지자 경보 단계를 ‘주의’로 높였다.
▼ 에어컨 송풍 기능만 잘 써도 절전 ▼
김 씨는 오전 8시 남편과 아들을 직장과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며 오전을 보낸다. 아직 바깥바람이 데워지기 전이라 창문을 열고 선풍기만 간간이 돌린다. 오후 1시부터는 부업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피아노레슨을 해 오후 내내 에어컨을 튼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오후 6시 이후로는 가급적 선풍기만으로 더위를 견딘다. 남편이 귀가하는 오후 8시부터는 선풍기를 각자 1대씩 쓴다.
에어컨 1대를 틀면 전력량이 1시간에 2kW씩 증가한다. 이에 비해 선풍기는 2대를 3시간 동안 돌렸을 때 1kW가 는다. 에어컨을 켜면 선풍기를 돌릴 때보다 전력량이 12배가량 빨리 증가하는 셈이다. 김 씨는 “오후에는 레슨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뿐 아니라 저 스스로도 너무 더워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어렵다”며 “전기를 가급적 아끼려고 하지만 더위에 지치면 일상생활이 안 돼 에어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김 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스위스 간 축구 예선전과 여자 양궁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오전 1∼3시의 전국 전력소비량은 평소보다 52만 kW가 늘었다. 박태환의 수영 자유형 400m 결선이 열린 지난달 29일에도 전력소비가 44만 kW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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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실외온도 차 5, 6도로 유지를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감 요령을 잘 실천하면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에어컨 온도 설정을 할 때 야외 온도와 실내 목표 온도 차이를 5, 6도 내로 유지하는 게 좋다. 에어컨 사용 시 권장 실내온도는 보통 26도이지만 요즘처럼 34도가 넘어갈 경우 28도 이하로 설정하면 전력 소모량이 급증한다. 에어컨이 바람을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송풍’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30분 정도 에어컨을 돌린 뒤엔 냉방기능을 잠시 끄고 10∼15분가량 송풍기능만 활용하면 전기요금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