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명 정책금융公 옮기자 “묵과할 수 없다” 대응책 지시두 기관 ‘영역 다툼’ 분석도
동아일보DB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지난달 해외 PF 경력직 25명을 채용하면서 산은에서만 부부장급 이하 실무자 7명을 데려왔다. 이 중 2명은 산은 PF2실 자원개발팀 소속 베테랑들로 이 팀은 팀원 5명 중 3명만 남아 업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직원 이직을) 보고받은 강 회장이 간부회의에서 ‘정책금융공사의 인력 빼가기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대로(大怒)해 대응책 마련을 강하게 지시했다”며 “법적조치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업무 중복논란을 빚고 있는 두 기관이 ‘영역 다툼’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해외 PF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전문 인력과 자본규모는 열악한 편이다. 예컨대 정책금융공사가 지난달 해외 PF 경력직을 뽑으면서 산은 등 금융권에서 20여 명을 모두 채우지 못해 종합상사와 광물 분야 공기업에서도 인력을 데려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강 회장이 실무 직원 수 명의 이직에 격노한 것도 해외 PF 인력 풀이 워낙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지식경제부 김창규 전략시장협력관은 “원전이나 디지털 병원과 같은 고부가 플랜트를 수주하려면 정책 금융기관들이 힘을 모아 해외 PF 조달규모를 대폭 키워야 한다”며 “국내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면 해외에서도 데려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정책 금융기관들의 협업 수준은 실망스럽다. 가령 해외 PF를 이끌던 수출입은행이 최근 투자은행(IB) 업무에도 손을 대면서 정책금융공사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 산은, 무역보험공사가 업무협력을 위해 올 들어 정책금융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첫 모임부터 간사 선정을 놓고 기 싸움만 벌이기도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