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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장 그림중 민들레 홀씨 골라… 물결 녹음할땐 고무대야도 동원”

입력 | 2012-08-09 03:00:00

■ 갤럭시S3 ‘이용자환경’ 디자이너들의 개발 뒷얘기




갤럭시S3 이용자환경(UI)과 그래픽, 조작음 등을 만든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전희경, 김효영, 박미정, 윤중삼 책임연구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몇 달 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디자이너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화면 위에 물이 찰랑찰랑 고여 있는 느낌이 나야 해요. 이건 자연스럽지 않은데요.”

“물결이 퍼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죠? 조금 더 빠르게 하시죠.”

물결이 퍼져 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그래픽 영상을 놓고 고민을 거듭한 이들은 갤럭시S3의 이용자환경(UI)을 개발한 디자이너이다. 스마트폰을 켜고 전화를 거는 등 기능을 사용하는 방식(UI·User Interface)과 화면 위에 나타나는 그래픽(GUI·graphic UI), 조작 시 나오는 소리(AUI·Auditory UI)가 모두 이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들을 7일 오후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나 갤럭시S3 개발의 뒷얘기를 들어봤다.

○ 디자인 성공 비결은 ‘디테일의 힘

갤럭시S3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 위해 마치 화면 위의 물이 물결을 일으키는 듯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첫 화면의 테마인 민들레 홀씨 그림이나 조약돌 모양의 몸체 등은 자연에서 소재를 구했다. 동아일보DB

개발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은 편집증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디테일에 집착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 갤럭시S3를 켜는 첫 화면을 정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풀잎을 손으로 쓸어 넘기는 이미지로 할 것인지,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을 옮기는 모습으로 할 것인지,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 수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죠.”(전희경 책임연구원)

이런 과정을 거쳐 고여 있는 물의 표면을 휘젓는 느낌의 디자인이 탄생했다. ‘물의 깊이는 2∼3mm’, ‘밑으로 흘러넘치기 직전의 찰랑찰랑한 상태’ 등으로 아주 구체적인 느낌을 구현하기로 했다.

디테일을 완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화면을 조작할 때 나는 물결 소리를 녹음하려고 빨간 고무대야를 녹음실에 가져왔죠. 대야에 물을 채워 넣은 뒤 막대기로, 또 손가락으로 저어도 봤습니다. 심지어 이쑤시개까지 써봤어요. 하나하나 녹음한 뒤 원하는 소리가 나는지 일일이 비교했습니다.”(윤중삼 책임연구원)

첫 화면 그림이 최종 낙점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나뭇잎, 꽃잎 등 1만 장에 가까운 이미지가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하는 일을 반복한 끝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가 갤럭시S3 첫 화면의 주인공이 됐다.

○ “사람을 이해하는 로봇처럼 진화할 것”

이렇게 만든 갤럭시S3는 5월 말 출시된 뒤 50여 일 만에 세계 시장에서 1000만 대가 팔려 나갔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저절로 꺼지지 않도록 하는 ‘스마트 스테이’ 기능과 전화번호를 띄워놓은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귀에 대기만 하면 전화가 걸리는 ‘다이렉트 콜’ 기능 등 사람의 의도를 읽는 새로운 UI에 열광했다. “이들 기능을 검사하기 위해 누워서 써보고 앉아서도 써보고 정말 많은 실험을 했죠. 혹시라도 사람의 의도를 잘못 읽어 엉뚱하게 작동하면 큰일이잖아요.”(박미정 책임연구원)

디자이너들은 앞으로 스마트폰이 사람의 행동을 기억하고 예측해 대응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유의 감성을 가지고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을 돕는 일종의 로봇처럼 발전한다는 것.

“스마트폰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단순히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능, 소비자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기능을 상상해 넣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365일 중에 362일을 일하다시피 했지만 갤럭시S3가 잘나간다니 너무 자랑스럽습니다.”(김효영 책임연구원)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