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S3 ‘이용자환경’ 디자이너들의 개발 뒷얘기
갤럭시S3 이용자환경(UI)과 그래픽, 조작음 등을 만든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전희경, 김효영, 박미정, 윤중삼 책임연구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화면 위에 물이 찰랑찰랑 고여 있는 느낌이 나야 해요. 이건 자연스럽지 않은데요.”
“물결이 퍼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죠? 조금 더 빠르게 하시죠.”
이들을 7일 오후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나 갤럭시S3 개발의 뒷얘기를 들어봤다.
○ 디자인 성공 비결은 ‘디테일의 힘
갤럭시S3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 위해 마치 화면 위의 물이 물결을 일으키는 듯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첫 화면의 테마인 민들레 홀씨 그림이나 조약돌 모양의 몸체 등은 자연에서 소재를 구했다. 동아일보DB
“풀잎을 손으로 쓸어 넘기는 이미지로 할 것인지,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을 옮기는 모습으로 할 것인지,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 수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죠.”(전희경 책임연구원)
디테일을 완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화면을 조작할 때 나는 물결 소리를 녹음하려고 빨간 고무대야를 녹음실에 가져왔죠. 대야에 물을 채워 넣은 뒤 막대기로, 또 손가락으로 저어도 봤습니다. 심지어 이쑤시개까지 써봤어요. 하나하나 녹음한 뒤 원하는 소리가 나는지 일일이 비교했습니다.”(윤중삼 책임연구원)
첫 화면 그림이 최종 낙점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나뭇잎, 꽃잎 등 1만 장에 가까운 이미지가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하는 일을 반복한 끝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가 갤럭시S3 첫 화면의 주인공이 됐다.
○ “사람을 이해하는 로봇처럼 진화할 것”
이렇게 만든 갤럭시S3는 5월 말 출시된 뒤 50여 일 만에 세계 시장에서 1000만 대가 팔려 나갔다.
디자이너들은 앞으로 스마트폰이 사람의 행동을 기억하고 예측해 대응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유의 감성을 가지고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을 돕는 일종의 로봇처럼 발전한다는 것.
“스마트폰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단순히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능, 소비자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기능을 상상해 넣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365일 중에 362일을 일하다시피 했지만 갤럭시S3가 잘나간다니 너무 자랑스럽습니다.”(김효영 책임연구원)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