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금 ‘稅테크’ 꼼꼼히 따져보세요재형저축 15년간 매달 100만원… 세금 1030만원 아껴연금소득 연간 1200만원까지는 세율 6∼38%서 5%로장마저축-즉시연금 비과세 폐지… 장기펀드 소득공제
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연금 및 금융과 관련한 세제가 크게 바뀐다는 점이다. 대기업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는 반면에 영세 자영업자의 세금부담은 줄어드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우선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는 것보다 연금으로 나눠 받는 게 유리해진다. 즉시연금 등 장기저축성 보험의 세금이 늘어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낮아지는 등 ‘금융 부자’들의 세 부담이 커진다. 반면에 장기펀드 소득공제가 신설되고 재형저축이 18년 만에 부활하는 등 서민·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새로 나온다.
○ 금융·연금 ‘세(稅)테크’ 전략 바꿔야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퇴직금 일시지급에 대한 세금은 높아진 대신에 연금소득에 대한 세금은 낮아진다.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을 경우 지금까진 3% 소득세율이 적용됐는데 앞으로는 3∼7%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7000만 원의 퇴직금을 받는 사람의 세금은 내년부터 81만 원, 1억 원의 퇴직금을 받는 사람은 198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퇴직금을 연금 형식으로 나눠 받으면 3%만 적용돼 세금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연금소득 분리과세 기준이 연간 600만 원에 1200만 원으로 높아지고 공적연금은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거에는 국민연금만 월 50만 원을 받아도 6∼38% 종합과세 누진세율을 적용받았는데 앞으로는 월 100만 원 사적연금에 국민연금을 받아도 5% 원천징수세율만 적용돼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서민·중산층의 필수 금융상품으로 꼽히던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소득공제 혜택은 내년부터 폐지되고 재형저축이 1995년 이후 18년 만에 부활한다. 재형저축은 총급여 5000만 원 이하 근로자(또는 소득액 3500만 원 이하 사업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으며 분기별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저축액에 대한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된다.
장기주식형펀드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만기 10년 이상 납입액의 40%를 연간 240만 원 한도에서 공제해 준다.
자산가들이 선호하던 ‘즉시연금’(장기저축성보험) 상품에 대한 비과세가 폐지돼 내년부터 이자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지금처럼 비과세를 받으려면 돈을 맡긴 뒤 최소 10년간 중간에 인출하지 않아야 한다. 또 고소득층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던 물가연동국채의 원금증가분에도 2015년부터 이자소득세가 매겨지고 파생상품거래세(선물 0.001%, 옵션 0.01%)는 2016년부터 시행된다.
○ 대기업 세 부담 높아지고 증여세 강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에 이어 올해 정부가 내놓은 대기업 증세의 핵심은 최저한세율(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적용되는 법인세율) 인상이다.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법인에 대해 현재 14%인 최저한세율이 15%로 상향 조정된다. 과표 100억 원 이하(10%), 100억 원 초과∼1000억 원(11%) 법인에 대한 최저한세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증여세도 강화됐다. 증여 재산의 범위에 ‘경제적 이익’을 추가해 합병, 상장, 거래 등을 통한 이익까지 과세 대상으로 규정해 실질적으로 부(富)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경우에 증여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제까지 국내 재산으로 한정됐던 해외 거주자의 증여세 과세대상은 해외 금융계좌 자산, 국내 재산을 50% 이상 보유한 해외 현지법인 주식 등으로 넓혔다.
올해 종료 예정인 비과세·감면제도는 총 103개. 정부는 이 중 23.3%인 24개를 없애기로 했다.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신성장동력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유도 세액공제 등 감면액이 큰 제도들은 대부분 유지됐다.
한편 종교인 과세는 일단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빠졌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