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헌금 3억 원 제공 의혹 사건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크게 달라 아직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현 의원이 친박근혜계인 이정현 현경대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차명으로 300만∼6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사람은 설사 후원금을 받았더라도 차명이니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 의원이 거액의 공천헌금을 제공했을 개연성도 높아진다.
선진통일당도 김영주 의원이 당에 50억 원의 차입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돼 비례대표 공천 파문에 휩싸였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의 전신) 의원은 “18대 공천 과정에서 1번부터 10번까지는 얼마, 11번부터 20번까지는 얼마,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면서 “나한테는 돈 한 푼 안 내고 비례대표가 됐다고 모든 사람이 화살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19대 총선 때라고 없었겠는가. 민주통합당도 비례대표 공천 비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명숙 전 대표의 한 측근이 19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공천을 구실로 한 예비후보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아 물의를 빚었다. 각 당에서 지금 드러난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비례대표 제도는 지역구 선거로는 충원하기 어려운 직능, 약자, 소수자 그룹의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그 취지와 다르게 과거엔 당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 사실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가가 정당을 보조하지 않아 비례대표 의원에게서 불가피하게 특별당비를 받아 당 운영비로 썼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가 ‘전국구(錢國區) 의원’이라고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 없다. 불과 4년 전인 18대 총선 때도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에서 비례대표 공천 비리가 터져 관련자들이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