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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김정은 곁의 시누이-올케

입력 | 2012-08-10 03:00:00


김정은 시대 북한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는 두 여성은 이설주(23)와 김여정(25)이다. 최고 권력자를 둘러싼 올케와 시누이 사이다. 지난달 말 북한 관영방송을 통해 전격 공개된 퍼스트레이디 이설주는 이후 김정은의 ‘현지지도’ 13차례 중 9차례에 동행하면서 파격(破格)을 보여줬다. 빼어난 미모와 ‘강남 스타일’ 패션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아버지 김정일의 장례식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연신 눈물을 흘리던 ‘가녀린 여인’ 김여정의 튀는 행보는 북한에서 누구도 말릴 사람이 없다.

▷이설주는 북한이 ‘조선의 어머니’라고 상징 조작하던 김정숙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통통 튀는 스타일의 이설주는 한복보다는 이탈리아제 드레스를 선호한다. 유원지에서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걷는가 하면 곱등어(돌고래)쇼를 보면서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할 정도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고모부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 부부나 70대 혁명원로들이 즐비한데도 위축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과 같이 김정일-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여정은 자유분방하다 못해 ‘과연 누가 저 젊은 여인을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을 줄 정도다. 지난달 말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개관행사를 찍은 조성중앙TV의 동영상을 보면 당·정·군의 실세들이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도열한 가운데 김여정은 화단을 폴짝폴짝 뛰어넘어 다녔다. 오빠 김정은이 엄숙한 모습으로 거수경례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면서는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자본주의의 총아 디즈니 캐릭터와 북한식 ‘걸그룹’이 등장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은 김여정이 총연출한 작품이란 소문도 나돈다.

▷아직 두 여인이 한자리에 나란히 섰던 적은 없다. 이설주는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김여정은 스위스 베른에서 수학한 유학파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라고 인간의 기본심성이 다를 리 없다. 김천택의 청구영언에 소개된 한 사설시조는 한 며느리의 입을 빌려 시누이는 ‘3년 걸려 짠 망태기를 뚫고 나온 송곳 끝같이 뾰족하다’고 했다. 왕고모 김경희(66)의 서슬이 퍼렇고 김정일을 마지막에 지켰던 ‘사실상 부인’ 김옥(48)도 아직 건재하다. ‘어린 장군’ 김정은을 둘러싼 여성 파워 4인방이 어떻게 편이 갈리고 갈등할지 궁금해진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