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 B게이트를 가득 메운 취재진과 환영 인파를 피하기 바빴다.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10m 공기권총, 50m 권총)와 김장미(25m 권총)만 취재진의 성화에 못 이겨 1분가량 짧은 인터뷰를 했을 뿐이다. 진종오는 “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확실히 인사드리겠다”며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50m 소총 3자세 은메달리스트 김종현은 “인터뷰하면 안됩니다”라며 공항 밖 버스에 몸을 실었다. 김장미는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 공세를 받자 “인터뷰하면 감독님께 혼나는데…”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날 대표팀이 게이트를 통과해 버스에 탑승한 후 모든 짐을 싣고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분. 김장미의 어머니 정향진 씨는 “딸을 안아보지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당초 체육회는 메달리스트들을 폐막식 후 본 선수단과 함께 귀국시키려 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마지못해 조기 귀국을 허용했다. 결국 메달리스트 전체를 한꺼번에 귀국시켜 ‘좋은 그림’을 만들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체육회 입장에선 ‘자기들의 뜻’에 거스르며 귀국한 대표팀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사격연맹도 이를 잘 알기에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몸을 사려야 했다. 생색내기에 급급한 ‘빅브러더’ 체육회의 탁상행정이 부른 한국 스포츠의 서글픈 현실이다.
11일에는 수영 영웅 박태환과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건 양궁대표팀이 조기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만큼은 체육회를 의식하지 말고 공항에서 떳떳하게 쾌거의 소회를 밝히기 바란다. 올림픽의 주인은 선수다.
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