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상 재일한인역사관장, 다색판화 174점 전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난 강덕상 재일한인역사자료관장. 조선통신사 행렬을 그린 다색판화 앞에 선 그는 “통신사의 단절 이후 일본이 침략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냈고, 이를 표현한 다색판화 작품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날 방한한 강 관장은 “다색판화야말로 일본의 역사 왜곡의 원점”이라며 “그때부터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그런 시각은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중적 다색판화, 즉 니시키에(錦繪)는 200여 년 전부터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주입하는 수단으로 악용됐어요. 먼저 일왕을 신격화했죠. 일본은 일왕의 나라이니 중국이나 조선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한 겁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조선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일반 백성까지 정부의 정한론(征韓論)이 정당하다고 믿게 한 거죠. 이 그림들은 나중에 교과서에까지 실립니다.”
경남 함양 출신인 강 관장은 두 살 때 일본 도쿄로 이주했고 중학교 2학년 때 광복을 맞았다. 그는 “어릴 적엔 일본이 말하는 역사가 다 옳은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수업 때 일본 영웅이 조선을 침략하는 내용이 나오면 급우들은 다 저를 쳐다봤어요. 부끄러워서 고개만 숙였습니다. 하지만 전쟁 후 일본을 점령한 미 군정이 역사교과서에서 잘못된 부분을 정정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배운 역사가 사실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역사 연구에 매진하게 됐지요.” 강 관장은 1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매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미래란 썩은 뿌리를 가진 나무와 같아요. 견고하게 자랄 수 없지요. 과거를 청산해야만 두 민족의 사이는 진정 좋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