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첫발… MB의 독도 체류 1시간 10분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 단호한 의지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독도에 설치된 ‘지상 태극기’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왼쪽 사진). 이 대통령은 ‘한국령’이라고 새겨진 바위를 매만지기도 했다(오른쪽 사진). 이날 독도 방문에는 작가 김주영, 이문열 씨 등이 동행했다. 독도=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오후 1시 57분경 이 대통령이 탄 헬기가 서서히 독도 헬기장에 내려앉자 기다리고 있던 독도경비대원들은 힘찬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로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 대통령은 경비대 소속 전투경찰대원 10명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노고를 치하한 뒤 곧바로 독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헬기장 난간으로 말없이 다가가 ‘국토의 막내’인 독도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독도경비대 체육관에서 윤장수 경비대장의 업무보고를 받고, 독도의 위치와 자연환경 등을 소개한 영상물을 시청한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남단은 마라도, 서해에는 백령도가 가장 끝이고 동해 동단에 있는 게 독도 아닌가. 동단의 독도를 잘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자연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해 달라. 독도는 자연 그대로 잘 지켜야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이 이날 새벽부터 이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일본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방문 중단을 요구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이 독도에 가는데 내일(11일) 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지면 어떡하느냐”는 걱정도 나왔다. 이날 독도 일대에는 간간이 빗방울이 날리고 안개 속에 구름이 낮게 깔려 입도(入島)가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한때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오전 7시경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방문 철회까지 포함해 계획 전반을 다시 한 번 검토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독도 방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오전 9시 30분 서울공항을 출발한 이 대통령은 강릉을 거쳐 오전 11시 40분경 울릉도에 도착했다. 김관용 경북지사, 최수일 울릉군수를 비롯한 40여 명이 기다리고 있다가 “환영합니다”라는 말로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주민은 “최소한 한 달은 손을 씻지 않아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 주민은 “역사상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다. 눈물겨운 일”이라며 감격했다. 부두에서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200여 명의 주민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회색 바지에 청색 재킷 차림의 이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주민들과 악수했고, 식당 앞에서 줄을 서서 대통령을 기다리던 주민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김관용 지사를 비롯한 지역 인사 40여 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의 유일한 주민인 김성도·김신열 부부를 만나 반갑게 포옹하고 ‘민간 지킴이’ 역할을 하는 데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경비대원을 위해 미리 준비해 간 치킨과 피자를 함께 나누며 “일생 살아가는 동안 독도에서 근무한 게 긍지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오후 3시 10분경 경비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이 대통령은 독도를 떠났다. 현직 대통령의 사상 첫 독도 방문은 이렇게 1시간 10분 만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막을 내렸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