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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독도 방문]임기말 빼든 마지막 카드… 차기정권의 짐으로

입력 | 2012-08-11 03:00:00

■ 한-일, 높아지는 긴장 파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한 중견 외교관은 10일 역대 처음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애써왔으나 모르쇠로 일관한 일본의 태도가 유례없는 대응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독도 방문으로 초래될 외교적 파장이 너무 엄중하다”며 한일관계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 과거사 문제에 무성의로 일관한 일본

이 대통령은 취임 이래 “과거를 잊지 말되 미래로 가자”는 미래지향적 기조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엔 일본 원전사고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양국 관계에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의 호응은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분쟁을 한일협정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뒤 정부가 양자 협의를 요청하자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법적인 해결이 끝났다”며 응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일본은 자국의 역사교과서, 외교청서, 국방백서 왜곡을 넘어 한국 외교백서에 실린 ‘독도는 한국 땅’ 부분을 삭제하라는 억지를 부리기에 이르렀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의 무성의가 정부를 초강경으로 내몬 측면이 있다”며 “과거 정부에서마다 ‘임기 초 우호적 한일관계→과거사 문제로 관계 악화→극심한 대립→임기 말 소강상태’라는 반복 패턴을 이번 기회에 끊을 필요도 있었다”고 말했다.

○ ‘외교적 최종 수단’ 사용 후폭풍 우려

이 대통령이 이번 독도 방문으로 가장 강력한 대일외교 수단을 사용해 버린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2006년 독도 특별담화까지 발표했던 노무현 정부도 최종 수단으로 남겨 놓았을 만큼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임기 말에 초강경 카드를 쓰는 바람에 차기 정권에 외교적 짐을 지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인 일본 정부로선 과격한 반응을 내놓지 않을 수 없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엔 차분한 한일관계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군위안부나 강제징용피해자 구제에 우호적인 일본 내 목소리도 사그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양국 현안도 ‘올 스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영토주권 문제에 쐐기를 박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결과적으로는 일본의 격렬한 반응을 유발해 정치쟁점화로 끝나버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외교대응 차분 … 9월 APEC 정상회의서 한일 만남

정부는 일단 차분하고 신중한 분위기 속에 ‘관리모드’로 들어가겠다는 태도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과의 통화에서 “일본의 문제제기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도 “역사를 직시한 가운데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지속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다음 주초로 예정됐던 육해공군과 해양경찰 합동 독도방어 합동기동훈련을 2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후인 내달 초로 연기했다. 훈련 강행 때 일본 정부를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일본이 과격하게 반응하더라도 우리가 맞대응으로 긴장을 덩달아 상승시킬 필요는 없다”며 “경제, 국제안보 등 협력 분야는 계속 협력하는 모습을 일부러라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어떤 형식으로 대화를 재개할지는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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