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거론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이 11일 오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12일에는 독도와 센카쿠 열도 문제 등을 다루는 전담 조직을 정부 안에 설치한다는 구상도 나왔다.
겐바 외상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 슬로건을 거론하며 "한국은 글로벌 코리아를 표방하고 있다. 당연히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에 응해야 한다"고 자극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이 이처럼 국제사법재판소행을 원하는 배경에는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당시 일본이 포기할 영토로 독도가 명시되지 않았고, 당시 조약을 미국이 주도했다는 역사적 경위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당사국들이 국제 재판에서 일본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외무성 간부는 "심리에 들어가면 (일본이) 반드시 이긴다"고 자신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이 제소한다고 해서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갈 수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입할 때 강제관할권(강제재판권)을 유보했기 때문에 일본이 원해도 한국이 응하지 않는 한 재판은 이뤄지지 않는다. 일본은 1954년과 1962년에도 한국에 구상서를 보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제안했지만, 한국은 이를 거부했다.
일본이 이 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운운하는 건 이번 문제를 키워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고 국제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한국을 자극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자국의 역사 교과서나 외교청서, 방위백서 등에 독도 기술이 포함될 때마다 한국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거론할 경우 한국이 당장에는 거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내 여론이 동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경제 발전을 달성하고 주요국의 일원이 된 한국 내에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에 응하지 않는데 대해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시각을 전했다. 한국 내 여론 분열이나 돌출 행동을 기대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내부적으로 얻을 정치적 효과까지 계산된 노림수라는 시각도 강하다. 센카쿠 열도나 쿠릴 4개섬 문제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 정권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역으로 이용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추진을 공언함으로써 올해 가을로 예상되는 총선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안에는 '(한국의 거부로) 제소가 성립하지 않을 게 분명한 만큼 (오히려 제소를 거론함으로써) 일한관계의 결정적인 악화를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고 전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