鑑: 거울 감 於: 어조사 어 止: 그칠 지 水: 물 수
노나라에 형벌로 한쪽 발이 잘린 왕태(王태)라는 불구자가 있었다. 그는 덕망이 매우 높아서 그를 따라 배우는 이가 공자의 제자와 비슷할 정도였다. 그래서 노나라의 현자(賢者) 상계(常季·공자의 제자라고 하기도 한다)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왕태는 외발이입니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이가 선생님의 제자와 노나라 인구를 나눌 정도입니다. 서서 가르치지도 않고 앉아서 의논하지도 않았는데, 빈 마음으로 찾아가면, 꽉 채워서 돌아옵니다. 본래 말 없는 가르침이라는 게 있어서 형체가 없어도 마음이 완성된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王태, 兀者也, 從之遊者, 與夫子中分魯. 立不敎, 坐不議, 虛而往, 實而歸. 固有不言之敎, 無形而心成者邪? 是何人也?)”
“사람이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말고 멈춰 있는 물을 거울로 삼아야 하니, 오직 멈춰 있어야 모든 것을 멈춰 있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공자의 말은 “지수(止水)”, 즉 정지되어 가라앉은 물만이 비춤이 가능하듯 왕태에게 제자들이 달려가는 이유는, 그가 사람들을 일부러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상심(常心)을 얻은 자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나서 공자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만이 늘 푸른 것도 바로 정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순 임금과 같은 성군만이 중생들의 마음을 올바르게(正)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상계와의 문답을 끝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