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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를 들고]발기부전 치료제는 정력제 아닙니다… 장기-다량 처방엔 전문의와 상담을

입력 | 2012-08-13 03:00:00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보험이사 한림대 비뇨기과 교수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국내 특허가 5월 만료됐다. 이제 제약사들이 비슷한 성능의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1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저렴한 복제약의 등장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비아그라 복제약만 49종에 달한다. 6월 식약청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하다. 질산염 계통의 약을 복용하는 일부 심장질환 환자(협심증)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면 혈압이 크게 떨어져 위험할 수 있다. 고혈압 약을 먹는 환자가 복용하면 간혹 갑자기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6개월 이내에 심한 부정맥이나 심근경색을 앓았거나 색소성 망막염 환자, 중증 간질환, 신장질환 환자는 특히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일부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같이 복용하면 혈중농도를 높여 몸에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정력제가 아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저렴한 복제약이 등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과도하게 마케팅 경쟁을 하다 보니 안전성을 넘어 약물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비뇨기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과목 전문의도 처방할 수 있다. 실제 다른 과목의 전문의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었다.

최근 복제약은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20∼30정으로 포장 판매되는 약도 있다. 이 또한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다량 처방과 장기 처방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 1주일을 넘는 장기 처방과 고용량 약의 다량 처방은 비뇨기과 전문의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 정신과에선 30일 이상의 장기 약물 처방을 정신과 전문의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이제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오남용을 막는 것이 비뇨기과 전문의의 숙제처럼 됐다. 이 숙제를 풀려면 일시적인 소량 처방과 장기적인 다량 처방을 구분해야 한다. 물론 다량 처방은 비뇨기과 전문의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기부전 치료에 있어 무조건 약을 먼저 먹는 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을 먼저 찾은 뒤 꼭 필요하다고 판단이 들면 약을 처방하는 게 옳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해피 드러그(Happy Drug)’가 아니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이영구 대한비뇨기과학회 보험이사 한림대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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