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논설실장
엥겔스는 ‘양적(量的) 변화가 어느 한도에 이르면 질적(質的)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헤겔의 철학을 수용해 자신의 유물론으로 발전시켰다. 중국 사람들은 여기서 유래한 “양 속에 질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인구가 많으면 우수한 체격 조건과 기량을 갖춘 선수도 많이 나오게 마련이다. 앞으로 올림픽에서 13억 인구의 중국은 금메달 수에서 1, 2위를 쉽게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스포츠 기자인 로라 벡시와 척 컬피퍼는 메달 수로 그 나라의 인구를 나누는 MPC(Medals Per Capita·인구 1인당 메달 수) 집계 방식을 만들어냈다. MPC 방식을 적용하면 인구 10만9000명의 소국으로 4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딴 그레나다가 단연 1위다. 2위는 바하마, 3위는 자메이카. 중국은 47위로 밀려나있다.
경제력이 큰 나라일수록 메달을 많이 딸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은 ‘쩐의 전쟁’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이 가난하던 시절에는 복싱 레슬링 같은 격투기 종목에서 주로 메달을 건졌으나 요즘은 부모들이 하나나 둘뿐인 자녀에게 몸 상하는 운동을 시키기 싫어한다. 우선 종목의 이미지가 멋있어야 올림픽 꿈나무와 어머니들이 모여든다. 펜싱 리듬체조 피겨스케이팅 수영 사격 같은 게 대표적이다. 우리가 겨울 올림픽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우리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겨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올림픽 메달은 국가가 얼마나 집중 투자하느냐와도 관련이 깊다. 북한, 옛 동독, 옛 소련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가경영에는 실패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올림픽 메달 경영은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 동독은 망하기 전까지 5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153개의 금메달을 땄다. 동독은 마지막으로 출전한 서울 올림픽에서 소련에 이어 2위를 했고 서독은 5위였다. 그러나 서울 올림픽 이듬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은 서독에 흡수 통합됐다. 런던에서 15위를 한 쿠바나 20위를 한 북한도 경제력에 비해서는 월등히 선전했다.
중국도 어릴 때부터 운동 천재를 뽑아 스파르타식으로 길러내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여자 수영 천재 예스원이 대표적이다. 메달을 많이 딴다고 그 나라의 국격(國格)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올림픽에 인권이라는 종목을 만들어 놓으면 남의 나라 국민까지 고문하는 중국은 아마 100위 안에 들어오기 어려울 것이다.
메달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누는 방식은 가난한 나라가 딴 메달을 더 가치 있게 쳐준다. 1인당 GDP로 메달 수를 따지면 중국이 1위이고 북한이 2위, 에티오피아가 3위, 한국은 13위다. 세계 2위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올림픽 메달 수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스스로 높다고 믿는 국민이 많은 나라일수록 올림픽 메달 수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다.
빈곤 가정 청소년들의 역할 모델
한국인은 뭘 해도 잘하는 민족임이 런던 올림픽에서도 증명됐다. 메이드 인 코리아와 한류(韓流)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로 뻗어나가는 것도 한국인에게 남다른 집념과 창의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 ‘도둑들’을 보면 한국 영화가 이제 할리우드의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런던 올림픽은 우리가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멀리 뛸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