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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민동용]징크스와 땀

입력 | 2012-08-13 03:00:00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착륙하는 순간을 인터넷 생중계로 보다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큐리오시티가 화성 대기권에 진입해서 착륙하기까지의 이른바 ‘공포의 7분’에 접어들자 통제실의 NASA 연구원들이 일제히 땅콩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통제실 곳곳에 땅콩을 가득 담은 플라스틱 병이 놓여 있었다. 땅콩 병에는 ‘장대한 일을 꿈꾸라(Dare Mighty Thing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중대한 우주 탐사가 벌어질 때 NASA 연구원들이 땅콩을 먹는 전통은 196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NASA는 달 표면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기 위해 레인저라는 무인우주선을 쏘아 올렸지만 여섯 번째까지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1964년 7월 일곱 번째 무인우주선인 레인저 7호가 달을 향해 접근했을 때 누군가가 통제실 연구원들에게 땅콩을 돌렸다. 그 덕분인지 레인저 7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을 근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부터 땅콩은 NASA의 행운의 부적이 됐다.

▷우주왕복선을 발사하기 전, NASA 우주인들은 우주복을 입고 간단한 카드게임을 하는데 대장이 져야만 게임이 끝나고 비로소 발사장으로 향한다. 로켓이 발사되기 전에 우주인들은 멋있게 장식된 케이크를 놓고 기념사진을 찍되 어느 누구도 먹어서는 안 된다. 일종의 터부(Taboo)다. 러시아 우주인들은 좀 더 독특하다. 이들은 로켓에 오르기 직전에 발사장까지 자신들을 싣고 온 차량의 바퀴에 소변을 본다고 한다. 최첨단 기술과 초정밀 수학이 집적된 우주과학 영역에서도 좋은 결과를 바라는 인간의 비과학적 의례는 필수인가 보다.

▷긴장된 일을 앞두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 방편일 수 있는 이 같은 행동이나 신념이 더 두드러지는 분야가 스포츠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국가대표 중에도 경기 직전에 꼭 손톱을 자르거나, 예선부터 결선까지 속옷과 양말을 갈아입지 않거나, 면도를 한 번도 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런 징크스가 아니라 훈련과 노력에 따라 결국 승부가 판가름 난다는 것을 잘 안다.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은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메달을 땄든, 못 땄든 지난 4년 동안 흘린 땀의 대가를 받았을 그들이 진정 챔피언이다.

민동용 주말섹션 O2팀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