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처럼 초긴축해야 그리스같은 재정난 안겪어”재정부, 인천시의 주경기장 신설 지원 요청 거부강원도가 요구한 ‘국비지원 비율 명문화’도 퇴짜
○ “인천시의 주경기장 신축 지원 못해”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아시아경기의 주경기장 신설을 위해 85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해달라는 인천시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기로 했다.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인천시는 당초 기존에 있던 문학경기장을 아시아경기 주경기장으로 쓸 계획이었지만 이후 민간자본을 유치해 경기장을 신축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 측도 평창겨울올림픽지원 특별법 시행령에 ‘대회 관련 시설 비용의 70%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최근 차관회의에서 이 구절을 뺀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 번 국비지원 비율을 명문화하기 시작하면 다음 국제 스포츠행사가 있을 때도 전례가 돼 재정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강원도는 현재 재정상태로는 대회준비에 차질을 빚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와 평창군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각각 26.9%, 14.6%로 전국평균(52.3%)에 훨씬 못 미친다.
○ 런던의 ‘짠물’ 올림픽에 자극받아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대형 스포츠행사를 유치한 뒤 경제 및 재정난을 겪었던 과거 주최국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20∼30년간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들은 과도한 투자에 따른 후유증으로 대체로 개최 직후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거나 심각한 재정불안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리스의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8년 전 아테네 올림픽을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런던의 사례를 예의주시하면서 평창 올림픽에서도 경기장의 재활용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올림픽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지만 올림픽과 연관성이 덜한 지역개발 사업 등은 예산편성 단계부터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우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개최 후 경기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이 엄청난 만큼 행사 이후 활용방안을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