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오피니언팀 기자
그런데 나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뮤비)를 보면서 좀 어리둥절했다. 좋게 말해 ‘키치(통속 취미에 영합하는 예술 작품을 가리키는 미술 용어)’고 꼬아 말해 ‘미아리(?) 스타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뮤비엔 강남이 없다. 우선 가사가 그렇다.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건 맛을 음미하는 것은 모르는 촌놈 스타일이다.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람은 강남 아니라도 어디나 있다. 유재석이 입은 노란 형광 슈트와 (색)깔맞춤 스카프, 문신 새긴 사우나 조폭, 관광버스에 탄 중년 남녀, 적삼 입고 장기 두는 노인도 강남 스타일은 아니다.
그만큼 강남 스타일에 관해 ‘뭔가 다를 것’이란 강박을 갖고 있다. 그냥 다른 게 아니다. 강남은 무조건 세련되고 강북은 무조건 촌스럽다는 서열 의식이 깔려 있다. 만약 키 크고 마르고 잘생긴 아이돌이 “나는 강남스타일”이라고 노래했다면 누리꾼의 집중 포화를 받았으리라. 그런데 전혀 강남 스타일로 안 보이는(?) 가수가 대놓고 “오빤 강남스따일”이라면서 강남을 단번에 B급(?)으로 만들어 놓으니 다수의 열등감을 단번에 날려 주는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내가 더 고개를 갸웃했던 것은 노래에서만 보이는 이런 표면적 느낌 이전에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한 싸이였다. 싸이는 1977년생이다. 이른바 ‘강남 8학군’ 세대다.
2000년대 들어 강남 8학군이 깨지고 그 자리를 특목고가 대체했지만 199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강남 8학군’ 출신들은 그냥 세련된 게 아니라, 사회적 진골 같은 존재였다. 왜 성골이 아니라 진골이냐고? 강남이란 구역 자체가 넓은 데다 진짜 부자는 강북에 있다는 말도 있으니 ‘강남’이라고 상위 1% 클래스(성골)는 아니지 않은가.
어떻든 상위 1%의 존재를 열등감 없이 인정하되 애써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면서 진골로서의 우월감은 몸에 딱 배어 있는 게 ‘강남 8학군’ 세대의 특징이다. 뮤비에서 유일한 진짜 강남은 강남 키드(초·중·고교를 강남에서 졸업한!) 싸이다.
촌스러운(?) 외모를 최대한 활용해 다수의 열등감을 날렸다면 싸이는 정말 영리한 가수다. 더 나아가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리얼(real) 강남 블러드(blood)’를 증명한다면 그는 정말 정교하고도 영리한 가수다.
어쨌든 내게는 “오빤 강남스따-일”이라는 노래 후렴구가 “너희가 (진짜) 강남을 아느냐”라는 말로 자꾸 들린다.
김지영 오피니언팀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