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의 고뇌에 초점을 둔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왼쪽부터 송몽규역의 김형기, 윤동주 역의 박영수, 강처중 역의 이시후. 서울예술단 제공
관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11일 낮 공연 커튼콜 때 윤동주를 연기한 박영수 씨가 등장하자 1층 관객의 3분의 1 정도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작품에 대한 호응은 윤동주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고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로 시작하는 대표작 ‘서시(序詩)’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시로 꼽히는데도 시인의 삶을 조명한 이렇다할 문화상품이 없었던 데 대한 반작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극의 전개는 회고 형식이라는 정형화된 극 문법을 따른다. 1943년 7월 독립운동을 한 죄로 붙잡힌 유학생 윤동주가 일본 시모가모 경찰서에서 일본인 취조관에게 고초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윤동주와 평생을 같이한 사촌 송몽규(김형기)와의 우애를 부각한 점은 좋았지만 둘의 차이점을 극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제목과 극에서 부각한 윤동주의 시 ‘달을 쏘다’에 담긴 저항성과 작품 전반에서 희생양처럼 묘사된 윤동주의 이미지도 불협화음을 빚었다.
대신 뮤지컬 ‘영웅’에서 호흡을 맞췄던 한아름 작가와 오상준 작곡가가 이번 작품에서 다시 손잡고 만든 ‘시를 쓴다는 것’과 ‘달을 쏘다’와 같은 서정적 노래들은 귀를 사로잡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