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입 수시 16일부터 원서접수… 인터넷 대필업체 성행
대입 수시모집 1차 원서접수가 16일 시작된다. 본격적인 입시철에 접어들면서 A 씨 같은 자기소개서 대필업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수시에서는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래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직접 정리해야 하지만 합격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돈을 주고 전문업자를 찾는 사례가 늘었다.
학생들은 대신 전문업자를 찾는다. 논술 학원 등 사교육 업체는 건당 50만∼100만 원까지 받는다. 인터넷에서도 관련 업체가 성업 중이다. 검색창에 ‘자기소개서 대필’을 치면 수십 곳의 업체가 뜬다. 보통 장당 4만∼5만 원을 받는다. 빠르면 하루 안에 완성본을 보내준다.
돈을 지불하면 합격한 대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도록 하는 유료사이트도 생겼다. 이런 사이트의 관리자 A 씨는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만들었다. 대필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최근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접속할 만큼 반응이 좋긴 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나 대학은 자기소개서 대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가령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해 표절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학이 활용토록 했다. 김병진 대교협 입학지원팀장은 “유사도 검색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지난해 60개 대학에서 올해 125개 대학으로 확대했다. 소요 시간이 3배 이상 빨라지고 시스템이 정밀해져 표절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으로 ‘맞춤형 대필’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맞춤형 대필은 대학 재학생이 수험생과 일대일로 2시간 이상 인터뷰를 하고 작성하는 방식. 서울의 강남, 서초, 양천구 등 교육특구에서 인기가 많다.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럭셔리’ 대필도 유행이다. 여러 명에게서 대필을 받은 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거나 좋은 부분만 짜깁기해 완성하는 식이다. 서울 용산구의 A고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논술 학원에는 논술은 물론이고 대필을 함께 해주는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해 학생과 학부모를 유혹합니다. 대필은 진화하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