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王 사과까지 거론하며 강경 메시지, 왜?
MB, 외교안보자문단 간담회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자문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면 왼쪽부터 천영우 대통령외교 안보수석비서관, 한승주 한미협회장, 이 대통령, 현홍주 전 주미대사, 현인택 대통령통일정책특보.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10일 독도 방문 직후 동행자들과의 만찬에서 “독도 방문은 지방순시이며 일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이어 13일 국회의장단 오찬에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이전 같지 않다”며 일본 정부를 겨냥했다. 급기야 14일엔 일본으로선 금기에 가까운 일왕 문제까지 꺼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연일 강경 발언을 하는 것은 임기 중 마지막 8·15 광복절을 앞두고 더 늦기 전에 한일 과거사 문제의 매듭을 풀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 후 그간 일본 정부의 태도에 ‘섭섭하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표현을 동원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대일 강경 발언의 배경에는 친인척·측근 비리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을 막고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독도는 우리 땅’ 이슈를 과감하게 제기함으로써 여론의 호응을 얻고 이를 토대로 임기 말 주요 과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특임장관실이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국민의 84.7%가 지지한다는 결과를 보고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연일 계속되는 강경 발언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과 독도 방문을 계기로 정면으로 부딪칠 경우 외교적 짐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외교 전략의 부재를 거론하며 ‘대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론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는 어떤 사안보다 고도의 외교적 접근이 필요한데 이렇게 정면 대결로만 가면 나중에 뒤처리는 누가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짓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교에서 말은 부드럽게 하되 몽둥이는 큰 것을 지녀야 하는데, 말은 거칠고 향우 대응책은 제대로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