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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 ‘통석의 염’ 같은 말 할거면 방한 말라”

입력 | 2012-08-15 03:00:00

李대통령 연일 對日 강경 메시지… “한국 오려면 독립운동가에게 사과해야”




태극기가 독도에 펄럭입니다 거센 비바람에 맞서온 탓일까. 끝이 닳아버린 태극기가 독도를 지키느라 겪어야 했던 험난한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경북 울릉군 독도 앞 해상경비정에 걸린 태극기 뒤편으로 ‘한국의 영토’ 독도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독도=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며 “(일왕이) 한 몇 달 단어를 뭘 쓸까, 또 ‘통석의 염’ 뭐가 어쩌고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학교폭력 책임교사 워크숍’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교사가 이 대통령의 10일 독도 방문에 대해 묻자 “내가 모든 나라에 국빈 방문을 했지만 일본은 (국빈으로) 안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직설적 발언은 한일 과거사 문제만큼은 기존의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는 ‘공개 압박 외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에 이어 일본이 가장 예민해할 일왕의 방한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한일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의 배경에 대해 “2, 3년 전부터 생각한 것이고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니라 깊은 배려와 부작용 등을 함께 검토한 것”이라며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을 잘 이해 못해서 깨우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커졌다고 하지만 일본이 (세계) 제2강국으로 우리와도 한참 차이가 난다”며 “일본과 많은 것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으로 해 나가야 하지만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를 묻는 질문에 답변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주먹을 쓰는 아이가 나를 아주 못살게 굴었는데 졸업하고 40∼50년 지나 한 모임에서 그 친구가 (나를)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 머릿속엔 ‘저 녀석, 나를 못살게 굴던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가해행위는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잊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5일 8·15 경축사에서도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전과 그 후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며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통석(痛惜)의 염(念) ::

‘애석하고 안타깝다’는 뜻으로 1990년 5월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한일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뜻으로 한 표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어서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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