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뭉툭한 찰나다./다시는 불러 모을 수 없는 힘, 이마가 부었다./…장미란,/가장 깊은 땅심을 악물고,/악물고 빨아들인 질긴, 긴 소리다,/…장미란!//어마어마하게 웅크린 아름다운 뿌리가,/움트는 몸이 만발,/밀어올린 직후가 붉다.’(문인수 ‘장미란’에서)
장미란? 그거야 ‘꽃’이지. 무슨 소리! 국가대표 ‘여자 역도선수’를 말하는 거야! 그렇구나. 시인에게 장미란 ‘꽃’이기 이전에 ‘사람 꽃’이었구나! 아니 ‘꽃’임과 동시에, 공중에 ‘무쇠 꽃’을 피워대는 장미란 선수였구나! 그래서 ‘이마가 부었다’고 했구나.
한순간 허공에 불끈 들어올린 무쇠덩어리. 우우우 파란 힘줄이 돋으며, 이마가 울컥 부풀어 오른다. 발그레 물든 이마. 땀방울 성글성글 맺힌 얼굴. 그건 ‘잔뜩 웅크린 뿌리가 활시위처럼 튕겨 올린 붉은 꽃’이다.
스포츠 기술은 완전히 익히는 데 최소 10년은 걸린다. 하나의 기본기술은 10만 번쯤 반복해야 비로소 근육에 저장된다. 그뿐인가. 그 저장된 기술이 다시 ‘무의식 본능’이 되려면 수많은 반복훈련이 또 필요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세 살 때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여섯 살 때 토너먼트 경기에 출전했고, 15세 무렵에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토너먼트 출전에서부터 첫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10년 정도가 걸렸다.
기술을 완전히 익혔다고 곧바로 ‘세계 1인자’가 되는 건 아니다. 뜸 들일 시간이 또 필요하다. 적어도 10년은 실전경험을 해봐야 한다. 마이클 조던은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유망주에서부터 1991년 시카고 불스에서 NBA 우승할 때까지 정확히 10년이 걸렸다.
장미란은 1998년 중3 때 바벨을 잡았다. 늦었다. 하지만 6년 만인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바벨 잡은 지 딱 10년 만에 꽃을 피웠다. 타고난 역도 천재다. 하지만 올 우리 나이 서른. 전성기가 지났다. 아무래도 다음 올림픽은 무리다.
모두가 잘했다! 메달 좀 못 따면 어떤가! 괜찮다! 고개 숙이지 마라! 어깨를 활짝 펴라! 펜싱 남현희도 토닥토닥! 사이클 옴니엄 11위 서른여덟 조호성도 토닥토닥! 결선 꼴찌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박현선-현하 자매도 토닥토닥! 55명 중 54등 한 트라이애슬론 허민호도 토닥토닥! 다들 참 잘했다. 고맙다. 토닥토닥!
김화성 스포츠레저전문기자
김화성 스포츠레저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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