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8·15 경축사 뒷얘기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8·15 광복절 경축사에 한 달 전부터 매달렸다. 이달 초 여름휴가에서 구상을 가다듬은 뒤 직접 펜을 잡고 쓰고 고치는 등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경축사 독회만도 10여 차례였고, 참모회의는 20번이 넘었다. 특히 광복절 닷새 전 전격적인 독도 방문으로 대일 메시지 수위와 내용이 조정되는 등 막판까지 참모들도 경축사의 완전한 윤곽을 알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 일부 표현을 직접 고르거나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코리안 루트’에 대해 “이젠 창의력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나만의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인 만큼 지난 4년 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자평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대부분의 선진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으나 우리는 위기 이전보다 10% 이상 성장했다. 주요국 중 일자리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나라는 우리나라와 독일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또 다른 성취로 꼽으며 “대한민국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확인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 이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옹을 주제로 한 ‘나는 한국인’ 영상과 신독립군가, 압록강행진곡 등 2곡의 합창, 시대별 태극기 축하공연이 벌어졌다. 특히 독도경비대원 2명이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나온 뒤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양궁) 김현우(레슬링) 황경선(태권도) 김지연(펜싱) 선수가 선수단복 차림으로 등장해 박수를 받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