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필자는 몽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몽골이 세상의 전부였다. 몽골에서는 매년 7월 경쟁, 스포츠란 의미의 전통 축제가 열린다. 나담 축제라고 부르는데, 말달리기 활쏘기 씨름이 주 종목이다. 12세기 몽골의 총인구는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칭기즈칸의 지휘하에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다. 당시 몽골인들은 전투력 측면에서 말달리기와 활쏘기, 힘겨루기(씨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를 나담 축제에서 계승한 것이다. 매년 그 축제를 보면서 우리 몽골인이 세계에서 가장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며 씨름을 잘하는 민족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풍요의 계절인 여름에 몽골 초원에서 열리는 나담 축제에는 전 국민이 참여한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축제로 몽골인이라면 누구나 말달리기 활쏘기 씨름을 몽골의 국기(國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니 몽골인이 이 세 가지 운동을 가장 잘하는 민족이라고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활쏘기 역시 마찬가지다. 몽골이 세계 최고일 것이라 믿었는데 한국에 와서야 양궁 세계 챔피언 국가가 한국이란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여자 양궁은 런던 올림픽 이전까지 무려 24년 연속으로 챔피언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욱 믿기 어려웠던 것은 필자가 10여 년간 한국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양궁 경기장을 가본 적이 없거니와 양궁 중계방송을 본 기억도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전 국민이 하는 생활체육도 아닌 양궁에서 이런 성적을 거두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에도 여자 양궁은 28년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고 개인전에서 남녀가 동반 우승했다.
전체 순위에서도 한국은 금메달 획득 수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본에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세계 인구의 0.7%에 불과한 작은 나라인데 전 세계인들과 겨루어 5위에 당당히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 결과를 보고 한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도 한국 구성원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고국에서 가족과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면서도 뿌듯함을 느꼈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의 몽골어학도 세계 몽골어학을 이끌어가는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봤다. 대한민국 파이팅!
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