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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코리아/어트겅체첵 담딘수렌]당당한 올림픽 세계 5위 감탄

입력 | 2012-08-17 03:00:00


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됐던 런던 올림픽이 끝났다. 오랫동안 준비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방학이라 몽골에 머물고 있는데, 마침 올림픽 기간과 딱 맞아떨어져 고국의 가족들과 올림픽을 즐길 수 있어 더없이 기쁜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기간 아침에 눈을 뜨면 국가별 메달 순위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몽골과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신나는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양궁과 레슬링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는데 몽골인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필자는 몽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몽골이 세상의 전부였다. 몽골에서는 매년 7월 경쟁, 스포츠란 의미의 전통 축제가 열린다. 나담 축제라고 부르는데, 말달리기 활쏘기 씨름이 주 종목이다. 12세기 몽골의 총인구는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칭기즈칸의 지휘하에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다. 당시 몽골인들은 전투력 측면에서 말달리기와 활쏘기, 힘겨루기(씨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를 나담 축제에서 계승한 것이다. 매년 그 축제를 보면서 우리 몽골인이 세계에서 가장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며 씨름을 잘하는 민족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풍요의 계절인 여름에 몽골 초원에서 열리는 나담 축제에는 전 국민이 참여한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축제로 몽골인이라면 누구나 말달리기 활쏘기 씨름을 몽골의 국기(國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니 몽골인이 이 세 가지 운동을 가장 잘하는 민족이라고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몽골의 스포츠 영웅 제베그 오이도프 선수가 레슬링 금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양정모 선수에게 패하면서 이런 국민적인 믿음이 흔들리게 됐다. 당시 몽골에서는 몽골의 국기인 씨름과 유사한 레슬링에서 몽골 선수가 승리하는 건 당연하다고 믿었는데, 그 믿음이 안타깝게도 무너지자 세계 최고의 씨름(레슬링) 국가라는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무려 32년이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몽골 건국 이래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그 상처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김현우 선수가 그레코로만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활쏘기 역시 마찬가지다. 몽골이 세계 최고일 것이라 믿었는데 한국에 와서야 양궁 세계 챔피언 국가가 한국이란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여자 양궁은 런던 올림픽 이전까지 무려 24년 연속으로 챔피언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욱 믿기 어려웠던 것은 필자가 10여 년간 한국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양궁 경기장을 가본 적이 없거니와 양궁 중계방송을 본 기억도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전 국민이 하는 생활체육도 아닌 양궁에서 이런 성적을 거두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에도 여자 양궁은 28년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고 개인전에서 남녀가 동반 우승했다.

전체 순위에서도 한국은 금메달 획득 수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본에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세계 인구의 0.7%에 불과한 작은 나라인데 전 세계인들과 겨루어 5위에 당당히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 결과를 보고 한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도 한국 구성원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고국에서 가족과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면서도 뿌듯함을 느꼈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의 몽골어학도 세계 몽골어학을 이끌어가는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봤다. 대한민국 파이팅!

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