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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KAIST 출신 사장님 ‘간판’만 믿었다가…

입력 | 2012-08-17 03:00:00

“대박 매매프로그램 개발”… 130억 사기 2년여만에 덜미




2009년 11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A소프트개발업체 사무실. 사장 김모 씨(39)가 입을 열자 전 직원 조모 씨(39)의 눈이 커졌다. 김 씨는 “내가 선물 투자 매매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걸로 투자해서 큰돈을 벌고 있다”며 “10억 원을 투자하면 매달 2%의 이자를 주고 언제든지 다시 돈이 필요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주겠다”고 꼬드겼다. 조 씨는 프로그램이 진짜인지 확인도 하기 전에 KAIST 석사 출신에 재무설계사 자격까지 갖춘 김 씨의 간판만 믿고 1억 원을 건넸다. 이후 10번에 걸쳐 10억9000만 원을 김 씨에게 줄 때까지 사기인 줄 몰랐다.

4월까지 10명이 김 씨에게 130억 원을 건넸다. 김 씨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앞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2년 6개월을 버텼다. 4월 말 사기당한 사실을 안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해 이달 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은신처에서 붙잡혔다. 김 씨는 “프로그램 성능이 뛰어나 수익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계속 손실이 나서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한 매매 프로그램을 특별한 것처럼 속여 투자금을 끌어 모은 전형적인 사기”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