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자신의 역할 모델로 엘리자베스 1세를 꼽으면서 엘리자베스 1세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박 후보는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해 “영국을 파산 직전에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으며 불행을 겪어 봤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줄 알았고 늘 관용의 정신을 갖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국정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부모의 비극적 죽음을 겪었을 뿐 아니라 여성이고 독신인 정치지도자란 점에서 두 사람 간에는 공통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엘리자베스 1세의 어린 시절은 어두웠다. 어머니 앤 불린이 간통과 반역죄로 처형돼 ‘공주’ 칭호도 없었다. 이복언니 메리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아버지의 무관심이었다. 헨리 8세의 아들 집착은 유명하지만 딸에겐 무심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변변히 입을 옷조차 없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그는 무서운 절제력을 발휘해 목숨을 부지했고 군주로서 자질을 갖춰 나간다. 여왕이 된 뒤에도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왕은 만년에 “남이 쓴 왕관은 즐거워 보이지만 직접 써보면 그다지 즐겁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