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4·11기부금 자료 보니
매년 똑같은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정치자금의 투명성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4·11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후원금 모금 현황을 공개했다. 법에 따라 한 후보에게 300만 원이 넘는 고액을 기부한 사람들의 신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하나 마나다.
○ 온통 자영업자, 회사원, 빈칸뿐
총선 후보 764명에게 고액 후원금을 낸 사람은 모두 3054명(중복 기부자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생년월일과 주소, 직업, 연락처를 모두 기록한 사람은 2713명. 나머지 341명(11%)은 자신의 신상 중 전부 또는 일부를 감췄다.
고액 기부자가 31명인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의 경우 신원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황은성 경기 안성시장뿐이었다. 황 시장도 직업란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만 적었다. 나머지 30명 중 회사원이 22명, 자영업과 주부가 각각 4명이었다. 같은 당 김태호 의원의 고액 후원자 31명의 직업 역시 자영업 25명, 회사원 3명, 주부 2명, 병원장 1명이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에게 고액을 후원한 4명도 모두 직업을 쓰지 않았다.
○ 허점투성이 제도
정치자금법상 고액 후원자의 신상공개는 의무사항이다. 2004년부터 그랬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신상 감추기’가 일상화돼 있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 후보는 기부자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선관위에 보고하면 그만이다.
현 의원처럼 타인 명의나 가명으로 돈을 낸 게 들켜도 고작 2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전부다.
선관위는 지난해 4월 후원금 등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명세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자는 내용의 법 개정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인적사항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은 후원금은 국고로 귀속시키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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