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속 조심스러운 반응… 전경련 “경제 어려운데 유감”
재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대체로 실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특히 법원이 2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고,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를 법정 구속해 대기업 오너 비리를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터라 배려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실제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자 “올 것이 왔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 구속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짧은 논평만 내고 입을 굳게 닫았다.
SK, 금호석유화학, 태광 등 오너 일가가 재판을 받고 있는 그룹들은 판결문 내용을 챙겨 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응당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라면서도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최근 정치권의 분위기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재벌 회장이라고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의 구형을 앞두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이번 판결과 선을 그으며 최대한 무죄를 입증할 계획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009년 대우건설이 헐값으로 매각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회삿돈 3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항소심 판결을 앞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심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 원을 선고받았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