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국가 순위를 따지지 않는다는데 앞의 통계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회 기간에 보였던 국가별 메달 집계는 사라진 상태다. IOC는 메달 집계를 편의상 할 뿐 국가 순위는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IOC에 링크돼 있는 런던 올림픽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메달 순위가 있다. 보통 금메달 순과 총메달 순의 두 기준을 사용하는데 런던 조직위는 한국 언론처럼 금메달 순으로만 집계한 게 눈에 띈다. 영국은 금메달 순으로는 3위, 총메달 순으로는 4위다. 한국은 금메달 순으로는 5위지만 총메달 순으로는 공동 9위다. 반면 금메달 순으로는 11위(금 7, 은 14, 동 17개)인 일본은 총메달 순으로는 6위로 한국보다 메달이 10개나 많다. 일본은 올림픽이 끝나자 사상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며 흥분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본보 16일자 박중현 경제부 차장의 @뉴스룸 칼럼은 한국처럼 금이 은보다 많은 나라와 일본처럼 그 반대인 나라를 구분했다. 참고로 금과 은메달 수는 박태환과 쑨양(중국)이 수영 자유형 200m에서 공동 은메달을 수상한 것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처음엔 같다. 이 칼럼은 금이 은보다 많은 중국 헝가리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쿠바 체코 북한은 공산주의 진영이었거나 현재 공산주의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역시 금이 더 많은 미국과 영국은 정상급 스타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국은 여기에 병역특례까지 있다. 반면 은이 더 많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일본은 평등주의 성향이 강한 복지국가라고 분류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안목이다. 스포츠를 정치와 사회 현상에 빗대 저렇게도 풀이를 할 수 있구나.
▶수포츠적인 관점에서 보면 메달을 많이 따는 나라일수록 금 비율이 대체로 높다. 그러나 예외도 자주 보인다. 국가 전체 스포츠 역량은 크지만 금메달 획득에 유난히 불운이 따랐거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유한 종목이 없는 경우다. 미국은 베이징에서 총메달은 중국에 10개 앞섰지만 홈 텃세에 눌려 금은 15개나 뒤지는 바람에 은 비율이 높아졌다. 유도에서 맹주 위치가 흔들리는 일본과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등은 확실한 금밭이 없다. 하나 더 보탠다면 엘리트와 생활체육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금과 은의 비율에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난 일본은 최근 들어 메달 편식이 사라지면서 금메달은 줄었지만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엘리트 체육이 대세이긴 하지만 런던에선 펜싱 체조 등에서 새로운 금맥을 캤고, 밴쿠버에선 피겨와 빙속에서 첫 금메달을 따면서 스포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기틀을 닦았다.
▶스포츠 선진국이란 말을 썼지만 사실 이 말에도 문제가 있긴 하다. 올림픽은 종목별 메달 편중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302개다. 이 가운데 육상이 47개, 수영이 46개, 사이클 레슬링 체조가 각 18개, 카누가 16개, 사격 역도가 각 15개, 유도 조정이 각 14개다. 대부분 서구인들이 즐기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종목이다. 반면 양궁은 4개이며 축구 농구 배구 하키 핸드볼 근대5종 트라이애슬론 등은 남녀 1개씩에 불과하다. 수영 천재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2004년 아테네에서 6관왕, 베이징에서 8관왕에 이어 런던에서 4관왕에 올랐다. 베이징에선 펠프스 한 명만 있으면 톱10에 들 수 있을 정도였다.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3관왕 2연패에 성공했다. 이에 비해 축구 같은 단체 구기 종목과 복싱 태권도 레슬링 등 체급 종목, 마라톤 선수들은 제아무리 뛰어나도 메달을 1개밖에 딸 수 없다. 13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신체적으로 불리한 아시아 국가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종목별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