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호한 대응 나선 한국
정부는 17일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움직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일본이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제소 절차를 이용해 국제사회에서 독도 이슈와 관련된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하려 하는 만큼 엄정하고 단호한 태도로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오전 실·국장급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숙의했다. 회의에선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일본의 조치로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이 져야 할 것’이라는 강경한 문구를 집어넣기로 했다. 그러나 “한일관계 전반이 악화될 정도로 일본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에 따라 발표 직전 이 부분을 삭제하고 성명도 논평으로 수위를 낮췄다. 갈등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일단 호흡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ICJ행을 거부한다고 해서 수동적 대응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독도가 분쟁 대상이 아니어서 재판에 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려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독도 전문가 정재민 판사를 외교부 독도법률자문관으로 데려와 국제판례 분석을 포함한 ICJ 제소 대응을 준비해 왔다. 다만 이것이 ICJ행을 전제로 한 것처럼 비칠 수 있어 그 내용도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일본은 과거 두 차례 ICJ 제소를 제안했다가 한국의 반대로 철회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조정 및 제소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으며 본격적인 ‘국제 여론전’에 들어갈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포경(고래잡이) 문제를 놓고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서 호주, 뉴질랜드와 소송을 벌이는 등 국제재판에서 상당한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수만 페이지의 소송자료와 기록을 준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일본이 ICJ 제소 카드를 먼저 빼드는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은 국제사회에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다. 이런 분쟁지역화 전략이 먹혀든다면 한국은 국제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ICJ는 안 가면 그만이다”라는 정부 대응에도 안이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석우 인하대 교수는 “독도 문제가 국제 분쟁화하고 소송이 당연시될 정도로 자꾸 언급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라며 “영토 문제는 (진행 상황을) 되돌리기가 대단히 어려운 만큼 국제법정으로 갈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