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부 뻔히 알면서 꺼내
ICJ 제소는 두 가지 절차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일본이 소송을 제의하고 한국이 동의해 공동 제소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일본이 단독으로 ICJ에 제소하는 것이다. 공동 제소는 이미 양 국가가 소송에 합의했기 때문에 곧바로 재판을 시작할 수 있어 진행이 빠르다. 단독 제소는 ICJ가 일본의 제소를 접수한 후 한국에 다시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본 외무성이 17일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공동 제소를 제안한 것은 빠르게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ICJ 제소가 무산됐을 때를 대비해 일본이 꺼내 든 카드는 분쟁 조정. 하지만 분쟁 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각종 절차의 진행을 위해서는 양국의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본이 ICJ 제소와 조정 카드를 언급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아사히신문은 17일 “ICJ 재판까지 가기 힘든 것을 알면서도 일본이 한국 측에 공동 제소를 제안한 것은 구상서(외교서한) 내용을 발표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한국이 재판에 질 것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