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일구/시마다 소지 지음·현정수 옮김/280쪽·1만2000원·블루엘리펀트
야구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종종 일본을 꺾는 쾌거를 전해주고 있지만 야구 소설에서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꼽는 사람도 있겠으나 이 소설은 야구를 좋아했던 ‘베이스볼 키드’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일 뿐 야구 선수들의 치열한 세계를 파헤친 정통 야구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국내 추리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작가의 이번 소설은 추리와 야구가 같은 비율로 혼합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는 소설 전후반에 살짝 나올뿐더러 탄성을 지를 만한 명쾌한 반전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는 야구 선수, 정확하게는 2군 후보 선수의 인생유전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묵직한 직구로 승부한다.
야구 선수로서 바닥 인생인 다케타니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다케치를 대비하며 프로야구의 냉철한 세계를 보여 준다. 공 하나하나에 담긴 타자와 투수의 심리전을 생동감 있게 그려 박진감이 넘친다. 관중은 보통 스타플레이어의 적시타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작가는 천신만고 끝에 1군에 올라왔지만 적시타 한두 방을 맞고 소리 소문 없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진 ‘2류 야구 인생’들을 조명한다.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의 오락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인 게 야구라고 작가가 말하는 듯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