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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대형마트-SSM 일요일에 쉬더니 왜 다시 문 여나요

입력 | 2012-08-20 03:00:00

‘강제휴무 논란’ 헌재 결정 나올때까지 계속




《 우리 동네 대형마트는 6월에는 일요일에 쉬더니 이달 들어서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일요일 영업이 왜 문제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또 대형마트가 쉬는 날은 동네마다 다른것인지, 이에 대한 기준은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

올해 1월 17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공포됐습니다. 여기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는 영업을 못하도록 하고,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은 휴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규제를 받는 곳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나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같은 SSM들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1%를 넘는 대형마트는 모든 규제에서 제외됩니다. 이에 따라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은 24시간 영업할 수도 있고, 문을 닫아야 하는 날도 없습니다.

국회가 유통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명분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입니다. 전국 370여 개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을 장악한 데 이어 2000년대 중반부터 SSM이 골목으로 들어오면서 지역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충북 청주의 지역상인 5000여 명이 홈플러스의 24시간 영업 등에 반발해 가게 문을 닫는 ‘철시 시위’를 벌인 것이 좋은 예입니다. 충북 지역 시민단체는 대형마트 불매운동을 이어가기도 했죠. 이 같은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국회를 움직여 결국 법으로 영업시간을 규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처음에는 24시간 영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 주목을 받았는데 언젠가부터 일요일 휴무 문제가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올 초 공포된 법률에는 한 달에 최대 2일까지 쉬게 할 수 있다고 했지 구체적으로 어느 요일에, 몇 번 문을 닫아야 한다고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법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지침을 만드는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일이지요.

매달 두 번, 일요 휴무 카드를 제일 먼저 꺼낸 곳은 전주시입니다. 전주시는 2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대형마트와 SSM은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은 영업을 못하도록 한 조례 개정안을 공포했습니다. 전주시의 결정은 빠른 속도로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줬습니다. 서울시도 각 자치구에 둘째, 넷째 주 일요일 휴무를 지정하도록 권고해 서울 지역 대부분의 지자체가 동참했습니다. 그 결과 6월 10일(둘째 주 일요일)에는 전국 대형마트와 SSM이 약 75%까지 문을 닫았습니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파장이 컸습니다. 대형마트들은 당장 매출이 줄자 직원 수를 줄였습니다. 협력업체들과 농수산물을 마트에 팔던 농민과 어민들도 매출이 줄어들었죠. 유통업계에서는 영업규제가 본격 시행된 3월 말 이후 두 달 동안 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마트의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요 휴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영업 제한 조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각 지역 법원에 내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 법원에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일요일에 계속 문을 닫으면 손해가 막심하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예전처럼 영업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죠. 조례 개정의 절차가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각 지방법원은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방법원마다 가처분인용 시기가 달랐기 때문에 동네마다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영업을 하는 곳도 있고 쉬는 곳도 생겨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8월 첫 번째 강제 휴업일인 12일에는 전국 대형마트 10곳 중 9곳이 정상 영업을 하게 됐습니다.

법원이 ‘일단 당분간 일요일에 영업을 하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상당수 지자체는 문제가 된 조례를 재개정해 다시 영업 제한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가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일요 영업 제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