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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은단의 은단 광고(동아일보 1952년 12월 24일)는 놀랍게도 “보내자 위문품!”이라는 헤드라인을 썼다. ‘위문품을 보내자’로 쓰지 않고 카피 수사학에서 강조하는 도치법을 써서 더 강력하게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곧이어 “북진(北進) 출발선상(出發線上)의 장병들에게”라는 서브 헤드라인을 쓰고, 위문용 은단의 서비스로 인기 여배우의 ‘프로마이트’(브로마이드)를 삽입해 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여배우 세 명의 사진을 배치하고 “명우(名優·유명 배우) 20명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독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요약하면 북으로 진격할 태세를 갖춘 장병들에게 은단을 위문품으로 보내 격려하자는 내용이다. 위문품은 적과 아군이 서로 밀고 밀리는 전쟁터에서 전선을 종횡무진 누볐을 국군 장병에게 큰 위안이 되었으리라. 국군 장병들은 전선을 넘나들며 때로는 적진에 잠입하고 때로는 탈주하며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세계 속에 내던져져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좌충우돌했던 파우스트처럼 말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