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공부법만 20가지… 오답노트로 성적 쑤욱
서울 백석중 2학년 박정홍 군은 20개가 넘는 학습방법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 마침내 자신만의 오답노트 작성법을 찾고 나서 성적이 향상됐다.
서울 백석중 2학년 박정홍 군(15)은 지난해 중학교 첫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고 어색했다. 대부분 과목 성적이 80점 이하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이른바 ‘올백’을 받은 적도 숱하게 많았던 박 군. 태어나서 이런 성적표는 처음이었다. 100점이 한 과목도 없다는 게 이상했다. 1학년 1학기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합친 종합성적은 국어 72.75점, 수학 70.15점, 과학 79.65점. 어릴 때부터 꾸준히 실력을 다져왔던 영어만 91.65점으로 간신히 90점을 넘겼다.
○ 학원 끊고 자율학습시간 늘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으로 충격을 받은 후 박 군은 7개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요지부동. 박 군은 원인을 ‘학원’으로 진단했다.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니다 보니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고, 평일에도 집에 돌아오면 오후 11시. 체력도 달리고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경황이 없었다.
박 군은 마음을 크게 먹고 어머니에게 입을 열었다.
“엄마 저 한번 믿어보세요. 학원 이제 안 다닐래요.”
박 군처럼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학생이 있을까?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공부법을 시도해봤다. △국어 공부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곧바로 사전 찾아보기 △역사 교과서 전부 외우기 △수학문제 무조건 많이 풀어보기 등. 하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제가 시도했다 실패한 공부방법만 20개가 넘어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죠.”
박 군의 인생이 드디어 바뀐다. ‘오답노트’에 답이 있었다.
○ 나만의 오답노트 작성
오답노트가 가장 효과적이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기초가 없으면 쉽게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수학. 그러나 박 군은 1학년 1학기 70.1점이었던 수학점수를 2학년 1학기 97.5점으로 1년 만에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또 오답노트에 동그라미로 난도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동그라미 7개는 ‘너무 어려워서 또 풀어도 못 풀 것 같다’, 3개는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2개는 ‘한두 번만 다시 훑어보면 맞을 것 같다’는 의미였다. 문제를 풀 때마다 동그라미 위에 ‘v’ 표시를 했다. 시험 보기 일주일 전부터는 다른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제쳐놓고 오로지 오답노트에 표시된 동그라미의 개수만큼 문제를 반복해 푸는 데 집중했다.
숱한 실패를 딛고 자신에게 꼭 맞는 공부법을 찾은 후 성적이 오른 박 군은 외국어고 진학 후 해외 명문 공대에 진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이 숨진 사태에 격분해 한때 ‘적을 제압할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는 무기 제조 전문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할 만큼 뜨거운 가슴을 지닌 박 군. 그는 지금 항공우주과학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공부스타 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 등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